문화는 무엇일까.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지만,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에 반박을 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철학자 반 퍼슨은 문화를 “명사가 아닌 동사”라고 정의했다.

문화는 시대의 산물이며, 시간은 시대를 바꾼다. 즉, 시간은 문화를 바꾼다. 우리대학이 개교한지 91주년이 지나가고 있다. 100여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대학의 문화는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 그 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학문의 공간에서 취업의 공간으로
‘대학에 왜 왔어요?’ 혹은 ‘왜 이 전공을 선택했나요?’라는 질문은 요즈음에는 선뜻 꺼내기 어렵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대학에 가는 것보다 가지 않는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현재 대학 진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취업난은 이런 현상을 더 부추긴다.

그래서일까.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도 예전과는 다르게 천천히 변해가고 있다.

대학이 전문적인 학문을 공부하는 공간이라는 견해는 여전했다. ‘대학에 진학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입생과 재학생들 중 절반은 학문이 목적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대학의 진학 이유로 취업을 꼽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졸업생들은 8할 이상이 학문을 목적으로 진학한 것에 비교하면 현저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취업을 고려하는 학생의 비율은 졸업생에서 신입생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전공도 적성을 고려하기보다 성적에 맞춰서 진학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학이 학문 수양의 목적을 이루는 공간에서 취업 수단의 공간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꿈과 목표의 사이에서 헤매다
소설가 이외수는 자신의 소설 <장외 인간>에서 지금의 대학생들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글을 썼다. 예전에는 대학생들이 고등학생들과 달랐지만 지금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대학을 가고 대학생이란 이름이 예전과 다른 무게를 가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생들이 취업으로 달려가는 것만을 탓할 순 없어 보인다. 대학 역시 취업숫자로 경쟁력을 선전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취업에만 매달려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남아 있다. ‘대학 생활의 낭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졸업생들의 대답에는 공통적으로 ‘꿈’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졸업생 사이에서도 학번의 차가 꽤나 있어서 대답들이 서로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은 그때에도 취업은 어려운 것이었다고 말한다. 다만 요즈음의 재학생들은 꿈을 꾸기보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성공이 곧 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한다. 대학 생활 때는 취업을 준비하는 것보다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대학 생활의 낭만이었다. 졸업생들은 학번이 내려갈수록 꿈은 줄어들고 목표만 늘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의 고민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재학생들 반 이상이 취업과 영어를 꼽은 것은 시대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지금의 대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취업에만 매달리는 것은 분명 아니다.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도 동아리 활동, 스터디 등의 자기계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들도 대학생활의 낭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올해 우리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도 비슷한 대답을 해주었다. 그런데 왜 졸업생들은 지금의 재학생들을 보면서 꿈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일까. 소설가 김애란은 왜 “20대들을 보면 하고 싶은 일 없이 사는 것 같다”고 말했을까. 단순히 활동 몇 개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특별한 문화가 그 시절에는 있었던 것일까.

대학문화, 소멸과 변화의 갈림길
취업이 점점 대학생들을 옭아매고 있는 실정을 우리대학도 피할 수는 없다. “낭만은 죽었다”고 말하는 재학생도 있다. 사회를 비판하는 것보다 토익을 공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 대학문화는 사라지는 것일까, 단지 새로운 것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법이지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존재할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자신이 생각하는 대학문화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재학생들의 대답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남이 만들지 않고 스스로 만드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다양성을 이루어 나가는 것, 스스로에게 책임지는 것, 자유로 표현되는 다양한 활동 등등. 예전과는 다르긴 하지만 지금의 재학생들과 신입생들에게도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고 행동하는 바가 있는 것이다. 농담이긴 하지만 술 마시고 노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처럼 대학 생활에 있어서 문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비록 그 형태는 변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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