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드림플레이 대표, 연출가 김재엽


“잘한다는 것은 솔직해지는 것이다” 김재엽씨의 말이다. 그에게 대학시절 아마추어 연극동아리는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었다.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제일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잘한다는 의미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잘해내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 자신이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에 대해, 자신의 고민에 대해 솔직해지는 것이다. 김재엽씨는 오히려 자신에게 솔직한 얘기가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는 일이 많다고 전한다.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아야겠다는 다짐에서 출발한 연극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는 관객들의 반응이 먼저 튀어 올랐다. 연출가는 그처럼 관객들의 반응이 많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김재엽씨는 연극을 연출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그 당시로 손꼽는다. “내 얘기를 해보자라는 데서 출발했던 문제인데 나와 같은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공감을 한다는 것을 확인 했을 때,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서점이 꾸며진 무대에서 책을 꺼내보고 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연극행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된 계기였죠”

실제로 이 작품은 1년 동안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진짜 서점에서 공연을 했다. 서점에서의 공연은 특별했다. 처음에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관객이었고, 나중에는 서점을 방문한 낯선 사람들도 관객이 됐다. 서점이라는 문화적 공간에서 연극을 맛보는 것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운 체험이었다.

실험극, 혜화동 1번지 동인
김재엽씨가 4기로 활동하는 혜화동 1번지 동인은 실험극으로 유명하다. 실험극은 상업적 연극에서 탈피해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연극이다. 박근형씨의 청춘예찬과 같이 대학로에서 창작극으로서 화제가 된 많은 작품들은 이곳에서 탄생했다.

사실 혜화동 1번지는 아주 후미진데 있고 좌석도 불편한 편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볼거리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최초의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하는 거죠. 그게 누군가를 의식하는 게 아니라 조그마한 곳에서 최초의 내가 할 얘기를 끄집어낸다는 의미에서 실험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실험을 한다는 의미는 저에게 곧 창작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연극 속 정치, 마피아 게임을 하다
혜화동 1번지는 또 다른 실험을 한다. 오는 4월 1일부터 혜화동 1번지는 ‘마피아 게임을 하다’를 주제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마피아들이 게임을 하는 것처럼 상대방과 나 사이의 관계를 권력의 관계, 힘의 역학 관계로 읽어가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의 탈춤이나 마당극처럼 페스티벌이라는 축제의 공간에서 기존의 질서, 권위에 대해 풍자하고 털어놓을 예정이다.

김재엽 연출가는 촛불문화제 때, 에너지가 모인 축제의 장에서 즐길거리가 없고, 정치 얘기를 담아낼 어떠한 매개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문화제 형식으로 정치 얘기를 꺼내는 시도를 하게 됐다. 김재엽씨의 이번 페스티벌 작품은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로 바로 촛불문화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극장을 고집하지 않고 길에서 한번 연극을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한 작품이라고 한다.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대학 축제? 연예인이 와서 노래하고 맥주회사가 협찬하는 일이 다반사다. 김재엽씨는 “대학 축제는 대학생들이 자기 손으로 기획해보는 것인데 이 문화적 주도권을 기성세대에 줘버린다. 이는 곧 자기 권리를 내 주는 셈이다”라고 말한다.

빨리 기성세대에 편입하려고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도전정신으로 독립성을 기르라는 것이다. 내가 독립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 기성세대들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어딘가에 속하는 순간부터 기성세대의 권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20대는 20대가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마지막으로 김재엽씨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자기 스스로 기획해내는 능력을 기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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