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시위를 근절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답은 간단하다. 시위 자체를 불법화하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불법시위라는 말은 사라질 테니까. 어쩌면 이런 개그 같은 현실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지도 모른다.

지난 5월 20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폭력시위 대응 관계부처 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죽창시위가 국가 이미지를 망친다”고 발언한 뒤 다음날 긴급히 소집된 회의였다. 이날 정부는 폭력시위 근절을 위해 앞으로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를 원천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불법행위자는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하되 검거 실패 땐 철저한 채증작업을 거쳐 사법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달 새 605명 연행
하지만 도심 집회에 대한 정부의 초강경 방침이 새삼스럽진 않다. 가깝게는 용산참사 집회부터 멀게는 지난해 촛불정국에 이르기까지 경찰의 집회대응은 일관되게 강경진압이었기 때문이다. 집회와 관련해 일일 최다 연행자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은 이를 방증한다. 용산참사 규탄집회(4월 30일) 연행자 43명, 촛불1주년 기념행사(5월 2일) 연행자 105명, 화물연대 대전집회(5월 16일) 연행자 457명. 한 달이 채 못 된 기간 동안 무려 605명이 연행됐다.

웃지 못할 사건도 발생했다. 명동에선 경찰의 해산작전 도중 일본인 관광객이 부상을 입고 연행되기도 했다. 경찰은 앞으로 일본어로도 해산 경고 방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의도에선 회식을 마치고 한나라당사 앞을 지나던 시민이 지구대로 끌려가 즉결심판 출석 통지서를 받았다. 그가 한 일이라곤 경찰들을 향해 “맹박아, 너 때문에 경찰이 개고생이다!”라고 몇 번 외친 게 전부였다. 한편 등록금 대책을 요구하던 대학생들과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하던 용산대책위 회원들이 기자회견 도중 인도에서 연행되기도 했다.

집회의 자유? 규제의 강화?
논쟁의 중심에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명 ‘집시법’이 놓여 있다. 집시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여기서 시위란 “도로·광장·공원 등의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다수의 의견에 영향 또는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교통을 방해하거나 ‘위력’으로 ‘제압’을 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위법시위는 아니란 뜻이다.

문제는 ‘적법’과 ‘위법’을 가르는 잣대다. 법안에는 특정 지역과 특정 시간대에 한해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시위”에 대한 금지는 해석의 논란을 낳고 있는 대표적 조항이다. 현재 야간집회 금지 조항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으로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여당은 복면 착용 금지와 문화재 주변 집회를 금하는 등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 개정안을 내놨다. 반면 일부 야당들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를 살려 집회 신고를 경찰에서 지자체로 이월하고 야간 집회도 가능한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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