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永訣). 죽은 자와 산 자의 영원한 헤어짐을 일컫는 말. 하지만 헤어짐의 방식은 다양하다. 이별을 아쉬워하며 고인의 흔적을 간직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헤어짐을 서두르며 그 흔적을 서둘러 지우려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지난달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당시 노제에 참여한 인파는 50만 여명에 달했다. 사람들은 ‘지못미’를 외쳤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그들의 외침에는 눈물과 한숨이 서려 있었다. 그런데 여기 또 다른 ‘지못미’가 등장해 연일 화제다. “지워주지 못해서 미안해!” 구구한 사연까진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절박함 속에 깊이 배인 경멸과 독설로 짐작만 할 뿐이다.

포문을 연 건 보수 논객들이다. “서거는 자살로 고쳐야 한다”(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 그러나 서거를 애도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불편한 심기가 폭발했다. “노사모들이 시체를 가지고 유세를 부리며 단말마적 행패를 부리는 거 못 봐주겠다.”(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 그럼 어쩌자는 걸까? “장례식에 국민세금 단 돈 1원도 투입하지 말자!”(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하지만 결국 납세자의 세금이 투입됐다. 저격수가 교체 투입됐다.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나선 것이다. “조문정국 광풍은 정 많은 국민들이 또 다시 겪는 사변이다.”(장광근 사무총장) 투정 섞인 발언도 이어졌다. “만약 우파 대통령이 죽었어도 좌파가 이렇게 애도해 줬겠냐?”(공성진 최고의원) 하지만 호소는 솔직할 때 먹히는 법. “국민장을 정치적으로 잘못 이용하는 세력이 있어 소요사태를 일으킬까봐 걱정이다.”(안상수 원내대표)

그래서 공권력이 나섰다. 경찰은 차벽으로 분향소를 철저히 차단했다. “버스를 치워달라는 요구도 있었으나 일부는 경찰버스로 둘러싸줘 아늑하다는 반응도 있다.”(주상용 서울경찰청장) 영결식이 끝나자 아늑한 조문도 끝이라고 생각했는지 누군가 분향소를 강제 철거했다. 시민들은 경찰을 의심했다. “일부 의경들이 실수로 작전 구역을 벗어난 것 같다.”(주상용 서울경찰청장)

이쯤 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들끓는 민심의 불길 속에 ‘섶을 지고 뛰어드는’ 그들의 독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리대학 철학과 이성백 교수는 “MB 정부의 무능과 실정 속에서 우파세력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자파 세력의 결집을 위한 멘트가 자칫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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