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_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자유롭게 공론을 형성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광장이 바로 그렇다. 광장은 열려 있어야 광장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면에서 문(門)과 공통점이 있다. 열리지 않으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열리지 않는 문이 벽과 같다면 열리지 않는 광장은 밀실과 같은 셈이다.

게다가 도심 속의 광장이라면 의미는 더욱 각별해진다. 시외의 한적하고 그 자체로 드넓은 지역의 광장과 인구 1045만이 빽빽하게 살아가는 도심의 광장, 어느 쪽이 더 감흥이 생길까. 바쁜 가운데 숨 고르며 소소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도심의 광장을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할 것이다.

도심 속의 광장으로는 그리스의 아고라가 대표적이다. 아고라는 사회생활의 중심지였고, 나아가 오늘날에는 자유 발언의 가능함을 상징하고 있다. 현대판 도심 속 광장의 모습은 어떠한가. 전경 차에 둘러싸여 누구도 발 디딜 수 없는 밀실이 연출됐다. 전경 차는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사람이 모여든다는 광장의 속성은 나타날 수 없었다.

지난달 23일부터 29일 노제를 제외한 12일 동안 서울광장이 폭력집회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닫혀 있었다.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인권 관련 영화제에 대한 광장 사용 승인이 폭력집회 우려라는 이유로 돌연 취소되기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광장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하나의 권력기관에 의해 판가름 나면서 광장은 모두의 공간에서 일부의 공간으로 후퇴하고 있다. 즉, 소위 말하는 ‘시정(市政)’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발언과 행사 등은 광장에서 추방되고 있다. 서울시가 가진 광장 사용 허가권의 존재가 광장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광장의 봉쇄가 풀렸다. 하지만 한 경찰청장은 여전히 “집회를 여는 시위 주최 측이 어떤 사람이고 집회의 성격에 따라 서울광장의 개방 여부를 선별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광장이 ‘광장’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오는 7월 서울시에는 서울광장보다 약 5500㎡ 더 큰 18700㎡ 규모의 광화문광장이 새롭게 조성된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쉽게 광장을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광장의 수와 넓이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자유롭게 광장을 이용할 수 없다면 여전히 문제는 계속될 것이고 광장은 닫힌 공간이 될 것이다. 자유가 상실된 도심의 광장, 시민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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