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_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정부가 오랜만에 대학생 관련 정책을 내놨다. 지난 7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긴급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취업후 등록금 상환제’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큰 기대만큼이나 아쉬운 점도 많이 눈에 띈다.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는 ‘학자금을 대출받고 취업을 못해 졸업하자마자 신용불량자가 될’ 대학생들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다. 정부가 이번 정책을 고려하게 만든 신용불량자 대학생들의 가장 절실한 고민은 당장 갚아야하는 학자금 대출금이 아니다. 평생 먹고 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청년인턴 사업 등 단기지원에 따른 임시직이 아닌 보다 안정된 일자리를 늘리는 취업대책 마련과 병행될 때 의미가 있는 제도이다.

사람들이 대출을 망설이는 이유는 대개 이자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예상하는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의 대출 금리는 5%대로 대출금리가 낮은 일반 은행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하는 것은 재학기간을 포함한 거치기간 동안 등록금 및 이자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대출금의 상환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재학기간과 거치기간 동안 이자를 납부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납부하지 않은 기간 동안 계속해서 이자는 불어나게 된다. 현재 정부가 최장 25년의 상환기간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이자가 25년 동안 불어나게 된다고 해도 등록금 및 이자부담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천정부지로 높아진 등록금을 수정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점도 취업후 등록금 상환제의 빛을 바라게 만든다. 등록금 상한선 제도가 아니라 지금 책정된 대학 등록금이 합리적인 것인지 짚어보고, 그러한 작업을 통해 등록금이 낮아진다면 대학생들에게 그보다 반가운 일이 없을 것이다.

대학생 시국선언, 등록금 투쟁, 삭발 기자회견 등 올해 유난히 대학생들이 거리에 나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외침이 높았다. 취업후 등록금 상환제는 정부가 이러한 대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대학생들의 성과라고 하기에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는 아직 부족하다. 2010년 시행을 앞두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 충분히 검토돼 보다 완성된 제도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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