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북병(南酒北餠), 남산 밑 남촌에는 허생전의 허생원 같은 한량들이 많아서 술이 유명했고, 궁궐이 가까운 북촌엔 벼슬아치들이 살던 대갓집이 많아서 떡이 유명했음을 일컫는 말이다. 이때의 남촌과 북촌이라는 표현은 청계천을 기준으로 한다. 한옥들이 밀집된 뒤편에는 1994년 지하 15m에 서울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을 묻은 장소가 있다. 타임캡슐에 담긴 것은 서울의 생활, 풍습, 인물, 문화예술 등을 상징하는 것들로, 600년 동안 지켜져 온 서울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이 타임캡슐은 서울의 역사가 1000년이 되는 2394년 후손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이 7,934㎡의 부지가 온전히 전통의 모습을 갖춘 것은 아니다. 고개를 살짝만 들어도 남산 위에 높이 솟은 현대 서울의 상징,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 남산타워가 보이기 때문이다. 한옥의 서까래 너머로, 서울의 600년 역사의 산물을 담은 타임캡슐 너머로 보이는 남산타워는 이색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전통속의 현대, 현대 속의 전통을 느끼게 한다. 한옥을 통해 바로보는 현대의 삶 이밖에도 한옥 마을을 둘러보면 옛날과 다른 현대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옥의 잠금장치는 집 안쪽에 위치해 있다. 집 바깥쪽 문에는 안에 있는 사람을 부르기 위한 손잡이만 있을 뿐이다. 현대에는 집 안쪽과 바깥 쪽 모두 잠금장치가 있지만 바깥쪽 잠금장치의 이용이 훨씬 많다. 이처럼 집안에서 대부분의 활동을 했던 옛날의 모습을 통해 현대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선조들의 지혜를 현대에 적용하는 모습도 적지 않다. 나무로 만든 한옥이 불에 쉽게 타지 않도록 만든 화방벽이나 구들 난방법의 원리는 현대에도 적용되고 해외로까지 널리 퍼져 나가고 있다. ‘상놈처럼 문지방을 넘어다니고 그러니’하는 타박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가. 한옥의 창문은 워낙 크고 많기 때문에 문과 쉽게 구분이 가지 않는다. 마루에 걸터앉아 팔을 기댈 정도의 턱이 있는 곳은 창문이고 턱이 없는 곳이 문이다. 양반은 문으로만 출입하지만 상놈은 문, 창문 가리지 않고 출입한 데서 생겨난 말이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이 모든 것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를 이해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 기자명 김은정 기자
- 승인 2009.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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