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잇는 전통공예가의 작업장이자 전시장이며 생활터인 전통 공방. 이러한 공방을 서울의 중심에서도 만날 수 있다. 현대식 거리와 고즈넉한 한옥이 공존하는 곳, 서울의 북촌에는 매듭, 자수, 옻칠 등을 하는 십여 개의 전통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 양 옆으로 부드러운 한옥의 지붕선이 이어 펼쳐지는 북촌 가회동에는 초고 공방 ‘고드랫돌’이 위치하고 있다.

초고 공예란 완초(왕골)를 이용해 꽃돗자리(화문석), 방석, 발, 바구니 등을 만드는 예술이며, 이러한 일을 하는 장인을 초고장이라고 한다. 완초 공예는 초고(풀과 짚)를 손으로 엮고 여기에 염색한 완초로 무늬를 놓아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화문석이 대표적이다. 화문석은 고려 때의 대외 교역품으로, 조선시대 궁중물품으로 사용되었다. 신라 때엔 화문석을 생산하는 관청을 따로 두었을 만큼 인기 있던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고드랫돌 공방은 소박한 한옥이다. 그래서인지 공방에 펼쳐진 시연(施緣)은 한국 고유의 아늑함과 정취를 되살린다. 누구나 들어와 전시를 볼 수 있고 체험해 볼 수 있어서 한국 전통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 공방은 5대째 완초 공예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6호 초고장 한순자씨와 초고장 이수자 최준영씨의 공방이다.

한순자 선생님의 아들인 최준영씨는 조소를 전공했고, 현재는 홍익대 섬유미술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서양예술, 현대예술을 공부해왔는데 “서양의 예술을 맹목적으로 공부하다가 역으로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게 됐다”며 전통 가업 계승의 이유를 말했다. 또 그는 “우리의 독보적인 ‘한국성’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를 알아내 그것을 작품에 적용하고 싶다”라고 가업 계승의 목표를 말했다. 화문석은 화려함과 소박함 두 가지 매력을 모두 갖기에 디자인으로서의 활용도가 높다. 또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실용적 면에서도 뛰어나다.

이곳 고드랫돌 공방에서는 강화도에서 완초를 직접 수확하는 등 제작 전 과정을 전통 방법으로 한다. 완초를 직접 재배하고 염색하고, 또 그것을 한올한올 엮어 하나의 화문석이 완성되기까지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개량화와 기계의 자동화는 이러한 인내의 시간을 허무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전통의 계승은 단지 기술적인 답습이 아니라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현대 속 전통을 아우름으로써 더 발전된 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대와 전통의 개념정의가 우선 되어야 한다. 그런 뒤에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를 꾀하는 것의 진정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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