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외로운 싸움, 믿음을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

지난 1일부터 서울대에서 ‘특허법 연구’와 ‘영·미 상사법 강독’을 가르치고 있는 구대환 동문(건축공학 77)은 기존의 서울대 법대 교수들이 밟아온, 소위 ‘엘리트 코스’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사실 그는 교수 임용 전까지 특허청에서 ‘반도체 2과 심사담당관’으로 근무하던 공무원이었다.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가 법대 교수직을 맡은 까닭에 임용 초기부터 언론의 관심을 불러모았고, 그만큼 그의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학부 시절부터 기술고시를 준비하여 졸업과 동시에 특허청에 ‘건설기술 심사담당관(81년)’으로 일하게 된 그는, 85년부터 건설기술 관련 심사조정관, 과장, 심판관 등의 실무를 22년 간 익혔다. 그가 학문에 뜻을 두고 도전한 때는 한창 실무능력을 발휘하던 98년, 그의 나이 서른 여덟이었다. 남보다 늦게 시작하는 공부라 두배, 세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 했고, 그 이상의 이점들을 포기해야 했다. 영국의 셰필드 대학의 박사과정에 지원, 그곳에서 우연히 지적재산권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존 애덤스’ 교수의 제자로 공부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박사과정에 들어간 지 9개월만에 ‘컴퓨터 프로그램의 특허와 저작권 보호’에 관한 논문이 영국의 권위 있는 학술지 IPQ에 게재돼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지도 교수의 도움이 컸지만, 유학기간 동안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했다”라며 학문이란 자신의 의지와 집중력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도 위기는 있었다. 학창시절 고시를 준비하던 그의 생활은 그야말로 ‘외로운 싸움’이었던 것이다. “78년 12월 31일, 밤을 꼬박 세우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다. 고등고시에 합격하면 모든 일이 잘 해결될 것 같았다.” 이튿날 아침, 청계천 서점가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고시 관련 서적을 샀고, 그때부터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 길은 열려있는 법. 그는 기술고시에 보란듯이 합격했고, 지금은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다. “대학 생활 전부를 공부에만 투자해도 모자랐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지금의 고통은 훗날 ‘보석’이 되기 위한 과정이므로 성실하고, 집중력 있게 공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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