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현대건축물은 지붕의 윗부분, 즉 옥상이라는 구조를 갖는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옥상의 활용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그래서 옥상은 버려진 땅, 남는 땅으로 치부되기 쉽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행정적 차원에서 옥상 가꾸기, 옥상 녹지화 등의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 옥상에 예술의 입김을 불어넣는 시도까지 이뤄지고 있다. 즉, 옥상이 미술관, 전시장의 역할을 함으로써 옥상인 것만도, 전시장인 것만도 아닌 공간이 되는 것이다.

옥상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활동이 문래동에 위치한 프로젝트스페이스 랩39에서 일어나고 있다. 문래동은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재 공업단지였다. 현재는 재개발지역이자 100여 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창작활동을 하는 곳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공존하는 장소이다. 낡고 쓰레기만이 가득했던 장소가 예술가들의 창작의 열정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랩39에서 기획하고 진행 중인 ‘옥상미술관프로젝트’는 예술의 장을 옥상에서 펼친다. 옥상미술관프로젝트를 기획한 김강씨는 “저층부의 건물 옥상은 고층부의 전망 혹은 관심이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저층부의 옥상을 예술의 공간을 만드는 것은 단지 고층부의 조망자들에게 심미감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래동이 재개발 되어야 하는 지역이 아닌 예술이 생성되고 창조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라며 옥상에 예술의 무대를 펼친 이유를 말한다.

문래동의 옥상은 그저 죽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예술이 실현되는 공간으로써의 옥상이다.
이 프로젝트에 지난 8월 21일 우리대학 건축학부 학생그룹인 ‘스튜디오24’도 참가했다. 이들은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현장에서 구한 파이프 등의 재료만을 건축의 소재로 이용했다. 한원준(건축 03)씨는 “버려지는 재료들에 새로운 ‘소통’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라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조정진(건축 03)씨는 “하늘과 맞닿아 있는 옥상이라는 곳에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작품의 배경이 하늘이 되고, 옥상은 커다란 캔버스가 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라며 소감을 말했다.

김강씨는 “옥상미술관프로젝트는 단순히 기존의 옥상을 예쁘게 꾸미자는 의도가 아니다”라며 “재개발지역의 시각적 풍경을 바꿔보고자 함이고, 도시의 공간은 도시계획자들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것이기 때문임을 보여주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옥상미술관프로젝트의 부제인 ‘도시는 우리의 것이다’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선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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