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한 건물 주위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용산 참사 추모제라는 현수막 아래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깃발을 들고, ‘MB타도’등을 외치고 있었다. 이들은 과연 무슨 이유로 이곳에 모인 것일까?

이날 추모제 현장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가장 눈에 띠었다. 알고 보니 사망한 철거민들의 유가족들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용산참사로 인해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상복을 입고 있는 것이었다. 유가족 중 한 명은 “가게를 차리는 데 2억 2천만 원이 들었는데 정작 보상비로 받은 액수는 5천만 원뿐이다”라며 “우리가 원금 전액을 돌려받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원을 바란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장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용역들이 들이닥쳤다. 손님들이 있는데도 욕을 하고 건물 밖에는 오물을 뿌리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냐”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 이후 검찰 판결에 대해서도 분노를 금치 못했다.

변호인단 중 한 사람은 “검찰이 선언했던 공무방해죄치사상은 도저히 용납이 안간다. 경찰의 목숨만 목숨이냐”고 비통한 심정을 말했다. 또한 검찰이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경찰 스스로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면 떳떳하게 공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용산참사의 원인과 농성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이후 철거민 가족들이 겪었을 심적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 초 서울시는 용산지역의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용산 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이끌고자 도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용산 4구역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철거민들에게 지급되는 보상비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법에 규정된 보상비만을 지급하려했지만 철거민들은 그와 같은 보상비로는 생계와 주거를 이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입장을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용역업체가 강제철거작업에 돌입했다. 파이프와 각목 등을 갖춘 정비업체 직원에 분노한 철거민 중 일부는 1월 19일 한 건물 옥상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자 20일 새벽 6시경 경찰특공대가 진압작전에 투입되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 농성을 벌인 27명이 검찰에 연행됐다. 이후 용산참사 사건은 검찰의 증거 자료 중 동영상의 일부가 누락됐다는 철거민 변호인단의 주장과 피해자 진술서 부족 등으로 재판에서 난항을 겪었다. 그러던 도중 지난달 20일 공판에서 검찰은 화염투기와 관련된 9명의 철거민 농성자에게 공무집행방해치사상을 선언했다.

또한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거나 개인의 사생활이 걸린 문제”라는 이유로 작전을 지시한 경찰 수뇌부들의 진술서, 용역업체의 위법성 여부가 담겨있다고 예측되는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용산참사의 책임을 철거민 농성자에게만 묻겠다는 태도이다. 이런 검찰의 미온적인 대처가 반복되자 철거민들을 중심으로 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국민법정 준비위원회’가 발족됐고 10월 18일 국민법정이 개최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용산참사에 대한 열기가 식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모제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어느 순간 무뎌진 여론이 한심하다.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한 철거민들의 심정을 국민 모두가 헤아려야 한다”며 식어가는 여론에 쓴소리를 냈다. 또한 국민법정이 열린다는 사실에 김혜진(23)씨는 “국민들이 주체가 돼 MB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지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가 이 사건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며 또 잃은 것은 무엇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냄비정신’이 또 다시 재현될 것인가, 아니면 촛불집회 때 보여주었던 국민통합의 힘을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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