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MT가서 세미나하고 술을 마시며 사랑을 이야기했다

술(酒)이 내 대학 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것은 부정할 도리가 없다. 그것이 솔직한 이야기다. 개중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술을 먹어온 사람이 있고, 대학에 들어와서 술을 접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회수와 양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술의 향기를 맡으며 생활하고 있다. 대학 활동의 대부분은 술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대학 초년기, 거의 모든 술자리를 찾아다녔다. 자유롭게 술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고, 술자리를 통해서 사람들을 알아간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술보다는 그 분위기에 더 흥미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딱히 밤에는 할 일이 없었다. 그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불꺼진 하숙방으로 들어가는 마음은 너무나 고즈넉하니까. 그러다 술자리에 대한 회의가 밀려오기 시작한 것은 나는 정말 술만 먹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의미 없이 술을 먹고,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허전한 마음을 애써 부정하는 것은 아닌가. 그 뒤로 너무 많은 사람들과 마시는 술자리는 의식적으로 피하게 됐다. 그 대신 가까운 몇과 얘기하며 술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이 많아졌다. 그들과 술 먹는 자리에서는 주도(酒道)라는 것은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얘기를 하기 위해서 술을 먹었다. 이 당시의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그렇다.

지금 나는 일주일에 3, 4번쯤 술을 먹는다. 생활비의 대부분이 술값으로 나간다. 하지만 아까운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 곳에는 내가 있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술이 있다. 술친구들은 새벽 1, 2시가 되어도 나와준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유가 있을 필요 역시 없다. 말 그대로 생활이다. 서로 바쁜 생활을 하다 누군가 부르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과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다. 언제라도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생활을 하며 생활을 잊고 또 생활을 확인하고 그것이 나와 내 술친구들의 생활이다.

술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눈이 많은 세상은 사람들을 소심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술을 마시며 우리가 원하는 이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이상을 향해 나아가야 함을 잊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술을 마시는 이유가 아니다. 술이 생활의 부분이 되었을 때, 그 생활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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