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MT가서 세미나하고 술을 마시며 사랑을 이야기했다

“자, 여기에 밑줄 쫙 긋고, 시험에 잘 나오는 거니까 꼭 외도록!” 어느 수업시간에나 흔히 듣게 되는 이야기다. 그뿐인가? 칠판 가득 선생님이 판서해 주신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고, 연습장에 흰 여백이 보이지 않도록 빽빽하게 수학문제나 영어단어를 써서 암기해온 우리. 대학교 가면 뭔가 재미있는 방식으로 수업을 할 것만 같고, 공부하는 방법도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대학교 들어가서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 중의 하나가 바로 그런 식의 단조로운 공부방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학과의 소모임 홍보 시간, 그 모임의 장이라는 선배가 영어로 된 시 한 편을 나눠주고는 그 시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컴퍼스의 고정된 다리는 부인을 의미하고, 움직이는 다리는 남편을 의미하죠”라며 선생님처럼 칠판에 뭔가 써가며 설명을 하기도 한다. 그런 선배를 보며 대단한 사람이라고 입을 다물지 못하던 신입생들도 언제부터인가 즉석에서 그럴싸하게 시에 대한 해석을 해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때를 생각해 보면 이런 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기가 발표자가 아니더라도 세미나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깊이 생각해 보면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 두어야만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는 신세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논리 정연하게 정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세미나에서 얻을 수 있는 큰 즐거움이다.

남이 주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 편할 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즐거움은 주지 못한다.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곰처럼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닌, 감을 떨어뜨리기 위해 나무를 흔들어 보기도 하고 나무 위로 직접 올라가 보기도 하는 등 어떻게 하면 감을 따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세미나를 통해 지식을 얻는 방법이다. 내가 주인이 되어 나의 힘으로 하나하나 깨우쳐 가는 즐거움, 그런 즐거움 만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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