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_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하늘이 유난히 높아져서인지 다가오는 가을을 눈치 채게 되는 요즘이다. 눈이 부시게 푸른 날 탓인지 그리운 마음이 몰아친다. 그리운 대상과의 짧은 만남은 지난달 28일부터 9일 동안만 허락됐다. 앞으로도 영영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만하다가, 그리워 잊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 애타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몽유도원도는 다시 고국을 떠났다.

해외 반출 유물에 대한 각종 분쟁과 뉴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몽유도원도가 고국에 발을 딛자 사람들은 불같은 애정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추석이 포함된 전시기간 중에도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한 행렬은 여전히 장사진을 이뤘다. 귀성·귀향 행렬보다 애절하고 안타까운 기다림이다. 한국박물관 100주년을 기념해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문화재와 국보, 유물을 전시한 가운데 유독 몽유도원도에만 줄이 늘어서 유례없는 장관을 빚어냈다.

지난 이 광경은 몽유도원도 작품의 우수성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안견의 이 작품은 조선전기 최고 걸작으로 칭송받는다. 고국을 떠나 타지를 해맨 몽유도원도가 일본 국보가 되어 돌아온 안타까운 사연이, 지금의 소장자가 이번 전시를 위해 몽유도원도를 빌려주며 더 이상의 전시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는 사실이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절박함을 낳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보를 향한 이러한 안타까움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이집트가 도난당한 파라오 시대의 고대 유물이 반환될 때까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의 교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1980년대에 이집트에서 유물 도굴꾼들에 의해 도난당한 유물을 루브르 박물관이 사들였다. 이집트 고대유물최고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에 이집트 정부도 루브르의 후원으로 이뤄지는 이집트 내 유물 발굴작업을 중단시켰다. 이러한 유물위원회의 노력으로 실제 유물을 되찾아오는 성과를 이룬 사례도 있다.

‘어느 곳이 꿈에 본 도원인가/ 시골사람 옷차림새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그림 그려 두고 보니 참으로 좋을씨고/ 여러 천년 전해지면 오죽 좋을까’ 몽유도원도를 꿈꾼 안평대군의 시가 처연하게 느껴진다. 꿈처럼 잠시 머물다 갔지만 여전히 눈에 선한 몽유도원도, 여러 천년 이곳에서 전해지면 오죽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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