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_같은 주제, 서로 다른 생각

세계화시대에 맞는 우리나라의 운영체제는 무엇일까. 세계화시대 국가 운영체제 버전은 DOS0.0인 공산주의부터 경제자유화와 그에 적합한 정책을 갖추고 있는 DOS6.0까지 있다.≪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DOS4.0체제이다. 이는 정부의 간섭도와 경제전반의 세련도에 따라 측정한 것으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DOS3.0, DOS4.0인 국가들은 DOS6.0까지 버전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황금구속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금구속복은 세계화시대 자유시장 자본주의라는 하드웨어를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갖추기 위한 필수요소로 민간부문 활성화, 물가안정유지, 정부규모축소, 관세 폐지 또는 인하, 공기업과 공익산업 민영화 등 총 16개 규칙을 말한다.

황금구속복을 기준으로 한 운영체제와 법률 및 규제시스템을 뜻하는 소프트웨어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국가들이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받아들일 경우, 해당 국가는 자국통화에 대한 전자투자가의 투기 공격에 쉽게 무너진다. 전자투자가 집단은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는 외환딜러, 헤지펀드, 뮤추얼 펀드, 개인 투자자 등의 투자자들과 해외직접투자 등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금융시장에 참가하는 다국적기업을 말한다. 1994~1995년 멕시코, 1997년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이 맞은 경제위기가 그 예로, 이 책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들 국가는 자본주의를 유지해왔고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도 가지고 있었으나 그 질이 낮아 투기 공격에 의해 경제가 쉽게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대안으로 이들 국가들은 앞으로 국가의 질은 높이되 규모는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제시한다.

그 끝에 세계화의 문제를 염려하기는 하나 세계화시대의 도래, 모습, 영향력을 책 전반에 제시하며 세계화체제는 필연적이라고 보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주장에 ≪세계화의 가면을 벗겨라≫는 하나같이 대치되는 의견들을 내놓는다.

먼저 1990년대 후반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에 닥친 위기의 원인을 다르게 진단한다. 1990년대 들어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가 급작스럽게 증가했다. 이에 개도국에 해외자본이 과잉축적 되고, 과도한 외채를 유발해 결국 붕괴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세계화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도 그것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맺었던 기존 견해들과 달리 ≪세계화의 가면을 벗겨라≫는 세계화를 제국주의체제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세계화는 초국적 자본가계급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데올로기적 베일을 씌워놓은 제국주의체제라는 것이다. ≪세계화의 가면을 벗겨라≫는 라틴아메리카를 예로 들어 실제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제국주의체제가 구현되는 과정을 증명한다.

이러한 책의 주요 흐름에 맞게 ≪세계화의 가면을 벗겨라≫는 황금구속복 요건 중에 하나인 민`영화에 대해서도 민영화는 시장합리성의 산물이 아닌 정치적 힘의 결과라고 비판한다. 민영화는 기본서비스이용료를 인상시켜 서민들의 생활수준은 떨어뜨린 반면 공기업을 차지한 자본가의 이윤은 극대화해 계급구조를 양극화시키고, 민영화를 통해 이득을 보는 기업과 행정부 간 정경유착문제를 야기하며, 필수 경제부문에 대해 입법부가 감시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두 책 사이의 의견대립은 민주화에 대한 견해에서도 발생한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전자투자가 집단이 세계 각국의 민주화 과정에 일조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자투자가가 글로벌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각국에 요구하는 것들이 세계 각국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경제의 투명성,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회계기준, 부패의 부재, 자유언론, 적절한 경영실태 공시, 유연성과 합법성 그리고 지속성이 세계화의 전자투자가들이 그들의 투자수익을 위해 필요로 하는 정보이며 각국은 이 요구에 맞추기 위해 점점 민주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꼭 전자투자가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오늘날의 경제시스템에서 전자투자가 없이는 기업이나 국가 모두 자본 확보나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세계화의 가면을 벗겨라≫에서 밝히는 민주주의를 보면 세계화와 민주주의 간의 관계 이전에 세계화의 바탕이 되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관계를 근원적으로 파헤친다. 그리고 자본주의하에서 민주정치는 좌파의 도전을 징벌하는 사회분위기를 생성하며 근본적인 한계를 갖는다고 지적한다.

같은 세계화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분석한 두 책 중 하나는 문화와 환경의 다양성 파괴, 빈부격차가 걱정되긴 하지만 세계화는 불가피하다고, 다른 하나는 세계화는 불가피한 체제가 아닌 자본가의 이윤을 위해 사람들의 눈을 속인 제국주의일 뿐이라며 새로운 사회주의가 현 국제체제의 대안이라고 결론을 맺는다. 이 책들은 상이한 관점에서 우리가 사는 세계화시대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기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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