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tias_베리타스는 지혜또는 진리 라는 뜻입니다

한 가족이 있다. 할아버지는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경험이 있고, 아버지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그 아들은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와 함께 직장에 근무하며, 손자는 한 교실에서 필리핀 친구와 같이 수업을 듣는다. 한국인인 우리들에게 아시아의 다른 여러 나라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려 한다.

이러한 변화는 문화 속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영화에서 베트남은 그저 베트남전의 배경일 뿐이었다. 1992년에 제작된 《하얀 전쟁》은 베트남 전쟁의 참전 후유증을 다룬 대표적 영화이다. 주인공은 원인을 알지 못하는 무력감 속에서 살아간다. 1991년의 《푸른 옷소매》 역시 그러하다.

한편 《나의 결혼 원정기》는 시골 청년들이 맞선을 보러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는 내용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며 국제결혼이 급격하게 증가한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올해 개봉한 《로니를 찾아서》, 《반두비》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너무나도 다르지만 서로를 비추어 자신을 알아가고, 저마다 친구가 되어간다.

현실에서도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두텁게 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은 동남아 3개국-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을 방문했다. 21일 열린 베트남의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베트남과 우리나라의 외교관계를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

이날 발표된 ‘한국·베트남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한 공동성명’은 경제·통상, 외교, 안보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 있어서 전략대화를 신설하고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어 22일 캄보디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동아시아 기후파트너십을 통한 녹색성장 사업 지원, 캄보디아의 국가개발 지원을 위한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 확대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 혹은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태도가 부당하지 않다고, 차별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정은 급증하고 있다. 말뿐인 국가적 차원의 협력이 아닌 그들을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우리 안에 움트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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