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면 전 국무총리, 동아일보 창업주 김성수,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안익태와 홍난파, 현상윤 고려대 초대 총장 등 유력인사 4,389명이 포함된 친일인명사전이 8일 공개됐다.

친일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강점기에 친일 행위를 한 한국인의 목록을 정리한 사전이다. 수록된 인물들은 을사조약 전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식민통치·침략전쟁에 협력한 사람들로써, 우리 민족 또는 타민족에게 신체적·물리적·정신적 피해를 끼친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지식인, 문화 예술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편찬을 주관한 민족문제연구소는 1991년 반민족문제연구소가 그 이름을 개정한 것으로, 1998년 8월 ‘친일인명사전 편찬 지지 전국 교수 일만인 선언’을 개최했고 2001년 12월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준비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2005년과 2006년에는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를 공개했다. 이 단체는 사전준비과정 끝에 2007년 본격적인 사전집필에 착수했다. 편찬위원회에는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 등 각 분야의 교수, 학자 등 전문연구자 15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을 포함한 총 180여 명의 사람들이 집필위원으로 위촉되어 이 사업을 완수했다.

친일인명사전이 편찬되기까지 시간, 인력, 예산 등의 문제로 인해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민간 연구소로 정부의 인력지원을 받지 않았다. 사전편찬 과정에서 3000여 종의 문헌 자료를 수집하고 250만 명의 인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는데 시간상으로는 거의 2년이 소요됐다. 또한 IMF 위기 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많은 회원들이 급여를 지급받지 못해 당시 회원수의 80%가 급감하는 인력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가 발표된 후 수록 예정자 중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지연 등의 일부 유족들은 명예훼손 및 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고 천주교계는 이의신청을 했다.

예산문제 역시 사전편찬 과정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민간단체이지만 진행한 사업이 중요한데다 많은 사업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실했다. 사전 집필을 준비하고 시행하는 동안 정부의 지원을 받았지만 2003년 12월에 국회가 발표한 예산안에는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용역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차근히 극복한 후 사전발간이 완료됐다. IMF 이후 반미특위해체 50주년을 맞아 민족문제연구소와 몇몇 교수들이 나서 서명운동을 펼치기 시작해 1만여 명의 교수들이 참여한‘ 친일인명사전 편찬지지 전국 교수 일만인 선언’을 통해 편찬위가 부활할 수 있었고 인력난도 해결됐다. 유족들이 신청한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은 법원에서 기각됐고 국회에서 삭감된 예산은 예산을 발표한지 11일 만에 국민들의 성금으로 7억원을 채워 발간비용을 보탰다.

8일 친일인명사전 국민보고대회 자리에서 민족문제연구소장 임헌영씨는 “기나긴 망각의 세월을 딛고 이제야 역사의 치부를 드러낸 사전 편찬은 우리 민족 전체의 참회”라며 “우리역사의 한 시기를 정리하고 새 시대를 열어갈 게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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