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지난해 10%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10.7%까지 상승했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정부가 노인복지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는가 하면, 실버산업이라고 불리는 노인복지산업이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노인들은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를 받고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낙심하는가 하면 심지어 자살에 이르는 비극을 연출하기도 한다. 정부가 소리 높여 외치는 노인복지와 현실 노인문제의 양면성을 저소득층 노인들을 중심으로 살폈다. -편집자주




“저기… 담배랑 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서울역에서 주변을 서성이던 한아무개(75)씨가 말을 걸어 왔다. 담배를 한 대 문 그는 서울역 바로 앞 계단의 한 쪽에 두었던 동전바구니를 들고 오더니 “죄송하지만 동전이 있으면 주실 수 있나요?”라며 조심스럽게 ‘앵벌이’를 한다. 옷은 이미 해질 대로 해져 사방에 구멍이 났고 며칠째 씻지 않은 듯 악취가 나는 그는 돈과 음식을 구걸하는 저소득층 노인이다.

이곳 서울역 주변에는 수많은 ‘앵벌이’들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65세 이상의 노인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그들은 돈이 있으면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 잠을 잔다. 하지만 대부분은 지하철역에서 잔다. 구걸을 해 모은 돈은 대부분 잠을 자거나 담배를 사는 데 쓴다. 음식을 사먹는 일은 드물다. 서울역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면 무료급식소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씨는 “하루에 한 끼를 먹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며 “밥이야 한 끼, 두 끼 굶는 것은 이제 문제도 아니다”라며 웃음을 짓는다.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는 저소득층 노인들
종묘 공원에서 만난 천아무개(76)씨는 안양의 한 옥탑방에 살고 있다. 천씨의 손은 건조한 날씨 때문에 갈라져 있었다. 그는 “집안에 난방이 안되고 물도 나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요”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11월 한파가 심해지면서 그는 양말을 겹겹이 신고 이불을 동여맨 채 잠을 청하지만 추위로 인해 잠에서 깨기 일쑤다. 가스비와 전기세를 낼 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자녀들로부터 용돈을 받아 쓴다. 그가 받는 용돈은 고작 5만원, 그나마도 손에 쥐지 못할 때가 많다. 용돈이 한정돼 있으니 식사는 주로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한다. 당장 굶어죽지 않는 이상 웬만해선 돈을 쓰지 않는다.

천씨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노인들 대다수가 돈이 없어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노인들이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들 중 40.1%가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큰 문제라고 응답했다.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소득이 적거나 전혀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자료에 따르면 일이나 직업을 통해 수입을 얻고 있는 노인의 77.1%가 월평균 50만원 미만의 수입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비동거 자녀로부터 보조를 받고 있는 노인의 69.3%, 그리고 국가보조를 받고 있는 노인의 81.6%가 월평균 20만원 미만의 수입을 얻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소득이 전혀 없는 노인들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노인들의 평균 소득은 약 25만원에 불과하다.

“일을 하고 싶어도 써주질 않으니…”
천씨는 30년 전에 안산에 있는 연탄공장에서 일을 했다. 그곳에서 그가 한 일은 연탄을 싣고 배달하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젊었고 힘도 좋았기 때문에 연탄을 드는 일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현재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인력업체에서 그를 고용하지 않는다. 천씨는 “아침에 인력업체가 종로역에 와서 사람들을 골라간다. 선택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나 젊은 사람들이다. 나와 같은 노인들은 써 주지 않는다”며 “여기 종묘공원에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일거리를 찾다가 포기한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H인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력은 젊고 힘이 있는 사람들이다”며 “노인들을 쓰면 우리 회사가 부도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노인인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비췄다.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은 다르지 않을까? 이에 대해 한 사회복지사는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고용기회는 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만,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노인인력사업에 의하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일자리 사업은 기초수급자 노인, 특히 독거노인들은 대상에서 제외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간헐적으로 활동비가 지급된 것이 동사무소에 확인이 되면 소급적용을 통해 생계비를 정산한다. 따라서 일은 할 수 있지만 그나마 지원받던 생계수단이 사라지는 셈이다.

2009년 5월 기준으로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5~79세 인구의 57.9%는 취업을 희망했다. 이들의 일자리 선택 기준은 임금수준(38.6%), 계속 근로 가능성(21.7%) 등으로 나타났다. 돈을 얼마나 버는지도 중요하지만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것이다. 천씨는 “한 번 일을 하는 것이라면 전단지를 돌리거나 하는 일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안정적인 수입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노인들 상황에 맞는 정책과 인식 전환 필요
“우리들이야 뭐 더 이상 힘도 없고 갈 곳도 없으니 여기 이러고 있으면서 상황이 좀 나아지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요” 천씨의 말이다. 매년 정부가 복지를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요자가 복지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노인들이 실질적인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노인들에게 복잡한 행정절차를 일일이 거치게 하는 것도 무리이고 노인문제에 관한 여론도 활성화돼 있지 않다. 정치적인 사안들은 항상 공론화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지만 노인문제는 겉으로 표출되지 않는 사안이라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당신에게 묻는다. 가난에 허덕이는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무관심하지 않았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과연 가난한 노인들을 위한 대안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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