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허달림’이 뭐하는 사람일까. 이름이 생소한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가수가 바로 ‘강허달림’이다. 사람들은 그녀를 ‘블루스 퀸’이라고들 하지만 그녀의 노래는 블루스라고 단정짓기에는 애매한, 장르를 초월하는 음악적 매력을 발산한다. 싱어송라이터인 강허달림씨의 노래가사에는 ‘이거는 이거다’라고 단정짓는 것이 없다. 가사에는 모든 문제의 본질인 ‘나’에 대한 질문만 난무할 뿐 그 질문에 대한 뚜렷한 대답이나 결론이 없다. “가사에서 ‘이거는 이거다’라고 단정해서 제가 감정이입을 해버리면 듣는 사람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공간이 없잖아요”라는 그녀. “세상을 혼자 살 수 없듯이 음악도 혼자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소통의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죠”라고 결론 없는 가사의 이유를 밝히는 그녀는 ‘사람’을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의 최대 화두로 꼽는다. 사람에 관심을 두고,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그녀를 만든 건 바로 그녀의 ‘엄마’이다. “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잘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할까?”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 계기가 옆에서 지켜본 엄마의 삶의 모습이었다는 그녀는 “엄마란 존재에 대해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경외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가 성(姓)에 엄마의 성인 ‘허’를 붙인 것도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엄마’에게 보답을 한다는 의미에서이다. 19살, 음악을 하겠다고 혈혈단신으로 상경해 31살 첫 싱글앨범이 나오기까지 그녀의 삶은 아르바이트로 채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때의 삶에 대해 “일하면서는 한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다. 돈이 없으니깐 아르바이트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며 “음악을 빨리 하고 싶은데 기회가 안 오는 것이 힘들었지, 저녁에 음악연습을 해야 돼서 새벽에만 시간이 나기 때문에 새벽에 일하는 건 당연했다”고 말했다. 혹시 그녀의 짙은 목소리, 노래의 깊이는 오랜 고단한 생활 속에서 온 것이 아닐까. 예상과 달리 깊이 있는 노래의 비밀은 타고난 본성에 있었다. “제가 자의식이 강해요.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외톨이여야 뭔가 느낄 것 같아 혼자 다녔어요”라는 그녀는 무엇을 보든 항상 ‘저건 뭘까?’, ‘저건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단다. 이러한 고민과 질문은 소리에도 그대로 적용돼 “어떻게 하면 저런 소리가 날까”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고, 지금까지도 고민을 하고 있다는 그녀는 “고민하는 만큼 연습하게 되고, 또 연습하는 만큼 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며 깊이 있는 노래의 비밀을 밝혔다. 덧붙여 “이 고민은 죽을 때까지 지속될 고민이다. 이 고민은 결론이 안 나서 ‘이 소리가 이거야’라고 하는 순간 죽을 것 같다. 아니 무덤에서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라디오스타’의 공식질문을 강허달림씨에게도 해보았다. 이에 그녀는 지체 없이 음악은 ‘내 존재 자체’,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답했다. “한때 나이는 드는데 돈도 없고 음반도 없는 나 자신을 보며 ‘이제는 음악을 안 해야지’라고 결심한 적도 있었지만 음악을 안 한다고 마음먹으니 내가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녀는 진정 음악이 운명이 된 음악인이다. 현재 2집을 준비하고 있는 강허달림씨는 2집이 잘 되면 소극장 정기공연을 할 생각이란다. 10년 넘게 클럽공연을 했던 그녀는 “큰 무대도 좋지만 복잡한 공연보다 작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너무 좋고 또 재밌다”며 “정기적인 소극장 공연을 추진해 작은 무대에 많이 설 생각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사람을 향한 그녀의 음악이 오래도록 사람들의 마음속에 흐르길, 또 그녀의 음악 속 소통의 창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
- 기자명 안소정 기자
- 승인 2009.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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