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전주지법의 김균태 판사는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에게 형벌을 내리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는 2002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최초의 위헌제청 이후 네 번째 위헌제청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유죄판결의 근거가 되고 있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는 입영의 기피에 관한 조항으로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 또는 소집기일부터 다음 각호의 기간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02년 남부지법은 이 조항이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위헌제청을 했지만 헌재는 위의 조문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는 민주적 다수의 의견과 배치되는 소수의 양심이며,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가치를 허물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위헌제청을 기각하였다. 하지만 그 결정내용에 덧붙여 헌재는 입법자인 국회가 상충하는 두개의 가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체복무제 도입되나 했더니…

판결 이후, 2005년 국가인권위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이어 2007년 국방부가 ‘2009년 대체복무제 시행’을 발표해 대체복무제가 시행되나 싶었지만 2008년 12월 시행방안을 번복하면서 대체복무제도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유엔은 1966년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확립한 후 98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정당한 권리임을 확인하는 유엔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리고 지난해 유엔인권이사회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때 우리나라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국내외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 이다.

병역거부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경수씨는 ‘평화’를 지향한다는 자신의 가치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 의사를 밝혀 1년 6개월 형을 받고 감옥에서 지내다가 지난해 2월 출소했다. 감옥에 있을 때, 하루에 12시간씩 노역을 했다는 경수씨는 “육체적인 고통도 컸지만, 단절된 곳에 있다보니 사회에 나갔을 때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그때의 생활을 술회했다. 출소 후, 역시 문제는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사회에서 병역거부자를 보는 두 가지 눈이 있어요. 아예 혐오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거죠. 회색지대가 없어요”라고 운을 뗀 경수씨는 “사회의 시각이 그렇다보니 저 스스로의 정체성이 일상생활에서의 나와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의 나로 이분이 되는 것 같아요.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어요”라는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신분이 일상적인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병역거부에 대한 이해 높아지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회의 시각은 어떨까.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 지지자의 모임인‘전쟁없는 세상’의 활동가 여옥씨는 “예전엔 병역거부라는 개념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지금은 대체복무가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회의 이해는 부족하다”며 “한국사회의 강고한 군사주의가 군대에 대한 문제제기를 어렵게 하고,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의 피해의식도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회의 이해가 부족한 이유를 밝혔다.

우리사회의 대체복무제에 대한 찬성 의견은 점점 상승하고 있다. 2005년 국방연구원에서 실시한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23.3%를 차지했던 찬성의견은 2006년 국방부 주최 여론조사에서 39.3%로 상승했다. 그 다음해인 2007년, KBS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50.2%로 조사됐다. 2008년에는 44.3%로 다소 감소했지만 반대의견 38.7%를 웃도는 수치로 국내 여론이 조금씩 대체복무제 도입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은 나타냈다.

이번 위헌제청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전례를 답습할지 아니면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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