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_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최근 야구의 인기가 높아졌다. 야구를 소재로 한 TV 예능 프로그램이 야구 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평가를 받고, 추신수, 이종범 등 야구선수들의 야구 중계가 아닌 방송프로그램 출연이 잦아지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야구 경기에서 타자가 스트라이크를 세 번 당하면 아웃되는 ‘삼진 아웃’에서 빌려온 이 용어의 남발이 자주 눈에 띈다. 음주 삼진 아웃, 인터넷 삼진 아웃, 저작권 삼진 아웃, 그리고 막말 삼진 아웃제까지…

KBS는 지난 1일 ‘방송 소재 및 표현에 관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예능 프로그램의 막말 방송에 대해 삼진 아웃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KBS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와 KBS 심의실 및 예능제작국의 자체 심의결정에서 상습적인 막말과 비속어 사용이 3회 이상 지적된 출연자는 프로그램에서 퇴출하겠다고 한다.

가이드라인은 방송 출연자 간에 지나친 인신 공격적인 표현과 상대방에 대한 비하를 금지하고 비속어, 은어, 인터넷 조어, 혐오어 등을 자막으로 표기해 강조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루저 발언으로 인해 호된 역풍에 시달린 의중은 알지만 이러한 방침이 실제로 지켜질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TV에서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을 볼 수 없는 것일까. 상대방을 비하하고, 자신을 낮추고, 약간의 비속어와 은어, 인터넷 조어도 허용될 수 있는 이유는 ‘개그’로써 사람들을 웃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일단 ‘막말 삼진 아웃’을 표방하고 있지만 막말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언짢게 혹은 그렇지 않게도 느껴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이는 최근의 김제동, 윤도현 등으로 대표되는 연예인의 특정 정치성향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된 것처럼 악용의 소지가 있다. 막말의 기준이 모호한 점을 이용해 특정인을 퇴출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또, 이 제도를 애초에 도입하게 만든 루저 사건의 단발성 출연자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삼진 아웃제도가 무의미하다. 그래서 이 제도가 실제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운영될지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제도 자체는 좋은 의도에서 마련됐다하더라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특정 사태를 모면하고자 하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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