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만드는 신문-심사평

응모작들은 다양한 사고의 색채를 보여줬다. 시대를 고민하는 거시적인 목소리부터 일상의 부조리를 짚는 미시적인 관심까지 대부분 건강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었다. 이번 심사를 맡게 된 게 개인적으로는 요즘 대학생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였다.

기사 쓰기에 대한 훈련이 되지 않은 대학생들의 작품이기에 우선적인 심사 기준은 기사 작법보다 주제 의식에 뒀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태도, 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피고 또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 노력하는 태도를 봤다. 다음으로, 이런 주제 의식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인 ‘구체성 있는 이야기’를 기준 삼았다. 주장만 나열하지 않고, 근거 자료가 됐든 사례가 됐든 풍부한 디테일을 찾아내려는 노력에 좋은 점수를 줬다. 그밖의 세세한 기사작법상의 문제는 거의 감안하지 않았다.

최우수작으로 선정한 조세희씨의 기사는 ‘중앙로 개발 및 보행로 개선 공사’를 환경·효율성·안전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했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갖추기 위해 애쓴 흔적도 뚜렷했다. 우수작으로 뽑은 차성준씨의 기사는 아직 학내 구성원이라 할 수 없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편에 눈길을 돌린 점이 참신했고, 또 다른 우수작인 이동환씨의 기사는 학교 내 편의시설 유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하려 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가작으로 선정한 조정민씨의 기사와 송호준씨의 기사는 일상에서 부딪치는 작은 문제를 꼼꼼히 따지고 들어가는 태도가 점수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은 사람 냄새가 나는 응모작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정 인물이나 특정 그룹 사람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좀더 관심을 쏟다보면 뜻밖의 ‘기사거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가장 쉽게 기사 쓰기에 입문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학생 시절에 많은 글을 써보는 건 이후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 된다고 장담할 수 있다. 특히 좋은 기사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기사를 써보기를 권한다. 사고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는 훈련이 되고, 다른 양식의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이 기사 쓰기에 동참해 다음번 공모에서는 한층 높아진 수준의 작품을 보게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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