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같은 주제, 서로 다른 생각


‘미친 소’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한지 1년이 지났다. 당시 한미FTA와 맞물려 수입이 허가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그것이 ‘안전하다’와 ‘안전하지 않다’는 갑론을박이 첨예하게 벌어졌다. 광우병 소고기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정작 우리는 광우병에 대해서 별로 알지 못했다. 광우병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에 대한 대답을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와 《살인단백질이야기》는 내놓고 있다.

두 책은 쿠루병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포레족의 소개로 시작한다. 쿠루병에 걸린 사람은 얼굴 근육을 움직일 수 없으며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또한 의식도 점차 혼미해지고 걸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 사망한다. 이 병은 1957년 이 섬을 찾은 다니얼 칼턴 가이듀섹에 의해 밝혀졌다. 원인은 바로 카니발리즘이라 불리는 식인풍습이었다. 가이듀섹은 사망자의 뇌를 조사한 결과 뇌 신경세포 주위에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엉켜 덩어리진 모습을 발견했다.

한편 1985년 영국 켄트 주에서 젖소 한 마리가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더니 다른 소를 공격하고 곧이어 비틀대다가 죽었다. 이렇게 죽은 소들의 뇌를 현미경으로 확인했더니 포레족의 뇌와 같이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아밀로이드 플라크’라는 덩어리진 단백질이 관찰됐다.

소의 죽음에 대한 원인은 ‘육골분 사료(MBM)’가 문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소들의 사료 중 5%가 MBM으로 이뤄졌다. MBM은 대부분 병으로 죽거나 늙어서 폐사한 소나 양의 내장과 뼈 등으로 만들어졌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MBM의 재료로 쓰였던 양들이 ‘스크래피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퇴행성 질환)’라는 질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다. 스크래피에 걸린 양들이 MBM의 재료로 쓰였고, 많은 소들은 이것을 사료로 먹었다. 또 그 소들은 다시 MBM의 대상이 됐다. 이런 식으로 소들은 일종의 동족포식을 통해 광우병을 심화시켰다.

포레족과 소들이 동족포식을 했다는 것과 광우병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와 《살인단백질이야기》에서는 ‘프리온’에 주목한다. 흔히 병을 옮기는 감염인자는 바이러스이건 세균이건 모종의 생명체인 것이 당연하고,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 정보를 담는 핵산(DNA나 RNA)을 갖고 있다는 것이 생물학의 기본개념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감염원이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닌 생물의 단백질 자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스탠리 푸르지너는 ‘프리온 단백질’이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프리온은 사람뿐 아니라 양이나 소 등 포유동물이라면 모두 갖고 있는 단백질인데, 인간은 23쌍의 염색체 중 20번 염색체의 짧은 팔에 있다. 사실 프리온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시냅스 전달 과정, 24시간 생체리듬, 인지 기능 등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스크래피에 걸린 양을 통해 만들어진 MBM을 섭취했을 때 변형된 프리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프리온의 변형은 꽈베기처럼 꼬이거나 병풍처럼 접히는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변형된 프리온은 서로 모이려는 성질을 갖는다. 이렇게 프리온이 모인 것이 앞에서 언급한 ‘아밀로이드 플라크’이다.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형성됐을 때 신경전달 세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결국 퇴화된다. 또 이것은 간뇌와 소뇌에 장애를 일으켜 움직임이 둔해지고 또 제대로 서 있을 수 없게 만든다.

광우병의 원인이 ‘변형 프리온’이라는 점은 학계를 망라하고 인정되는 사실이다. 하지만 광우병이 발생하는 전제조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에서는 오염된 사료가 광우병이 발생하는 주된 조건이라고 밝혔다. 오염된 사료란 위에서 언급한 MBM과 더불어 특정오염물질(SRM)을 말한다. 1994년 광우병조사위원회는 SRM 단 1g을 소에게 투여했더니 광우병이 발병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SRM이 주로 소의 뇌와 척수 같은 신경조직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이를 먹게 된다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반면 《살인단백질이야기》에서는 동종접합이 주된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포유동물에서 같은 종끼리는 한 가지 단백질에 대해 똑같은 유전자를 갖지만, 두 가지 이상의 유전자가 같은 단백질을 만드는 경우도 흔하다. 이를 다형성(polumorphism)이라고 한다. 프리온 유전자는 다형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프리온 유전자가 잘 모이는 동종접합형 인간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인간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여전히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크지만 분명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단순히 단백질 차원의 문제인가? 아니면 인간의 특성에 따른 문제인가?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와 《살인단백질이야기》는 주된 원인을 다르게 제기한다. 광우병이 무엇인지, 그리고 원인이 무엇인지를 이 두 책을 통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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