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석의 작은 공연장은 관객들이 외치는 앙코르 소리로 가득하다. 그러자 밴드 ‘부활’이 다시 무대 위에 올라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악기 소리로 이 공간을 새롭게 ‘부활’시킨다. 환호와 멜로디를 서로 주고받는 이곳은, 멜로디뿐만 아니라 스피커의 진동마저 객석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곳은, 작은 공간을 넘어선 ‘공감’이다.

공감의 장소를 만들어내는 EBS 스페이스 공감의 백경석 PD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라며 600회를 맞은 소감을 밝혔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벌써 6년인가 하는 생각이 들죠. 음악프로그램이 도달하고 싶은 이상적 모습이 있는데 ‘너무 멀어서 아직 여기까지밖에 못 왔구나’, ‘가야할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스페이스 공감의 이상적 모습은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라는 모토에 있다. 공감의 목표는 “단순히 100%의 라이브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음악적, 예술적 가치가 있는 진짜 음악을 라이브로 소개하는 것”이라는 백경석 PD. 이러한 목표에 따라 공연의 내용을 채우는 것은 대부분 뮤지션의 몫이 된다. 공연될 음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그 음악을 만든 뮤지션이기에 뮤지션이 관객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알려줄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경석 PD가 공연 무대를 전적으로 뮤지션들에게 맡기는 것은 아니다. 스페이스 공감의 80%는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것으로, 20%는 제작진의 기획으로 구성돼 있다. 스페이스 공감은 새롭고 다양한 기획을 통해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곳이기도 하다. ‘20세기의 클래식’, ‘언플러그드 공감’, ‘음악의 비밀’,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와 같은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대중음악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백경석 PD는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으로 ‘우리가 그들을 거장이라 부르는 이유’와 ‘음악의 비밀’을 뽑았다. ‘우리가 그들을 거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산 증인으로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대수, 김수철, 김창완 등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음악세계를 들여다보는 기획이었다. ‘음악의 비밀’은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는 뮤지션들에게 음악에 대한 지식과 이야기를 듣는 기획이었다. 그는 “기획 자체에 음악에 대한 충실도가 있었고, 기획을 계기로 음악적으로 유명한 분들을 모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죠. ‘음악의 비밀’을 통해서는 높은 경지에 오른 음악가로서 음악을 듣는 이에게 하고픈 말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페이스 공감이 말하는 ‘진짜 음악’이란 무엇일까. 백경석 PD는 “실은 저도 모르겠어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일단 “진짜 좋은 음악이 무엇인지 탐색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음악의 좋고 나쁨을 간단히 판단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명쾌한 답을 알 수 없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지만”이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떼며 “굳이 말하자면 진짜 음악은 ‘음악 외적인 목표가 없는 음악’이에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음악은 음악 그 자체로만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페이스 공감의 무대에는 아무 뮤지션이나 올라올 수 없다. 뮤지션 선정 기준 역시 오로지 음악 내적인 것에 있다. 그러므로 낯선 음악이더라도, 무명이더라도, 음악 내적인 가치만 있다면 오를 수 있는 곳이 공감의 무대다. 음악 내적인 가치는 스페이스 공감의 피디와 작가 그리고 음악 평론가 2명이 매주 발매되는 음반을 듣고 실시되는 공연을 감상한 후 회의를 통해 판단한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뮤지션을 찾아 소개하고, 또 그것을 사람들이 좋아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백경식씨는 스페이스 공감의 PD가 된 후부터 일주일에 10장씩 앨범을 듣는다고 한다. 원래 그는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백경석씨는 “좋은 음악을 듣다보니 음악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좋은 음악은 대부분이 귀에 익숙하지 않아 대다수의 대중들에게 외면 받는 음악들이다. 그는 “클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하고 대중음악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태도는 잘못됐어요. 알기 위해 노력했을 때 아름다움을 알게 되죠”라며 좋은 대중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그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거짓말 아니고 제가 스페이스 공감에서 겪어본 대부분의 뮤지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열고 조금만 진지하게 귀 기울이면 그에 보답하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라고 말하는 백경석 PD. 앞으로도 관객, 시청자 그리고 뮤지션들의 공감을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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