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동구 천호2동. 로데오 거리를 돌아 빽빽이 들어선 건물들 사이를 한참을 헤맨 뒤에야 ‘SK지하철택배’ 사무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SK지하철택배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18명의 노인들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꽃, 서류, 안경, 약재 등의 물건을 직접 배송한다.

사무실에는 4명의 직원이 분주히 일을 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고, 직접 행낭을 꾸려 지하철에 몸을 싣는 60대 직원들은 20대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한 모습이었다. SK지하철택배에서 일하고 있는 최(67)씨는 “나이 먹은 노인들을 일자리에 써준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죠. 돈도 벌고 지루할 새 없어서 너무 좋아요”라며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사회적 기업을 찾아갔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H기업 사무실 앞에 도착했지만 정작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H기업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H기업이 위치한 건물 관리자는 “최근 2달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노동부를 통해 알아보니 H기업은 2달 전 간호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H기업의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다보니 더 이상 사업 확장 등이 어려워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 일자리 창출과 복지를 동시에
2007년 정부는 복지서비스의 점진적인 발전과 일자리 제공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했다. 조직형태, 조직의 목적, 의사결정구조 등이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나타난 요건들을 만족시켜야 하며, 사회적 기업 육성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다. 기업들은 취약계층 고용 시 1인당 월 86만원의 인건비와 사회보험료를 지원받는다. 또 공공기관 우선 구매,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노동부에 따르면 정부 인증을 통해 선정된 사회적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266개로 2007년 54개, 2008년 218개에 이어 그 수가 급증했다.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2012년까지 사회적 기업의 수를 1,000개로 늘리고, 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정부, 사회적 기업 수 늘리기에 급급
2012년까지 1,000개의 사회적 기업을 양산하겠다는 정부의 포부대로 사회적 기업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재원면에서 자립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대 경영학과 곽선화 교수가 지난해 노동부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작성한 ‘사회적 기업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간병, 가사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대다수의 일자리 분야가 정부 지원금 없이는 현재의 고용수준을 유지 할 수 없는 사실상 영업적자 상태에 처해 있다.

특히 장애인 교육, 보육 분야 기업 등은 재정의 50% 이상을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어 자립기반이 취약하다.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B사 대표는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대부분이 인건비에 쓰인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이 자립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정부의 계속적인 지원이 없으면 해고대란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간호서비스를 제공했던 H회사 대표도 “직원들 월급을 주면 남는 것은 거의 없다. 하다못해 책상 살 돈도 없었으니 그만 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우리가 물론 사회적 기업인만큼 복지서비스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도 기업이기 때문에 사업 확장 없이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일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사회적 기업 인증 문턱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기업의 수를 증가시키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정부지원금에 의존하는 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항은 어디에도 없었다.

영세한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고용실태는 영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사회적 기업의 평균 고용 규모는 45.2명이었지만 2008년에는 25.4명으로, 2009년에는 19.5명으로 줄어들었다. 직원 수가 20명 이하인 사업장이 50%에 이르렀다. 100명 이상인 기업 비율은 3%에 불과했다. 또, 조사 대상 사회적 기업의 평균 출자금이 5,000만원 이하로 나타나는 등 정부의 지원 없이는 명맥을 유지하기 힘든 기업들이 대다수임이 밝혀졌다.

박정희 다솜이재단 사무국장은 “시장에서는 영리기업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데 우리가 보유한 직원 수나 자본 등으로는 경쟁이 되기 힘들다. 직원 수를 늘리려 노력했지만 기업 입장에서 적자가 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섣불리 그 수를 늘리기 힘들다”며 “사실상 기업의 목표인 이윤증대와 복지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