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_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얼마 전, 영화 ‘아폴로 13호’를 봤다. 1970년 4월 11일, 미국의 3번째 달 착륙을 목적으로 발사된 아폴로 13호는 지구로부터 321,860km 떨어졌을 때, 기계선의 2개의 산소 탱크 중 하나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이에 달 착륙은 고사하고 지구로의 귀환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지구로 돌아오기까지 그들은 전력 부족, 기내에 쌓인 이산화탄소 수치 과다, 수동 궤도 변경 등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을 여러 차례 겪는다. 하지만 각 위기 때마다 지상에 있는 동료들이 우주에 있는 비행사들과 똑같은 상황을 조성해 함께 해답을 찾아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그들은 지구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실화이고, 아폴로 13호는 ‘성공적인 실패’로 평가받고 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장면은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NASA측이 사고발생 경위와 전개과정 등을 전 국민에게 솔직히 보도하고, 대원들의 가족들은 지상 팀과 대원들 간의 교신을 들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대목이다.

영화를 보면서 얼마 전 백령도에서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이 생각난 건 왜일까. 사건발생 이후, 우리는 ‘왜 침몰했는지’, ‘사상자가 누구인지’, ‘언제 사건이 발생했는지’ 그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가족조차 생존자들을 만날 수 없었고, 은폐의혹을 제기하는 여론에 군 당국은 ‘군사적 기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또, 해군보다 더 늦게 간 해경이 구조를 하고, 일반 어선이 침몰된 함미를 발견하는 등 군은 ‘우리 병사’, ‘내 사람’을 구조하는 데에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사건 직후 해군이 “침몰 후 위치 파악을 위해 함수에 부이를 설치했으나 조류에 유실돼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도, “실종자들이 격실의 문을 닫았다면 격실 안에 남아있는 산소로 최대 69시간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도 모두 거짓 진술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발생 후 이명박 대통령은 총 4차례의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가졌으나 4번의 회의 결과는 앞으로의 구조 또는 탐색 계획이 아닌 “군의 초동대응이 잘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물론 천안함은 ‘군’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아폴로 13호와 비교해서 평가하는 것이 논리의 비약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 군과 정부의 대응 태도는 국민과 실종자 가족들의 걱정과 분노를 일시적으로 무마시키기 위한 미봉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천안함’에 만약 안보관계장관회의에 참여한 인사들의 가족이 있었어도 이와 같이 대처했을까. 40년 전 미국의 아폴로 13호 사건의 위기대처능력과 솔직함을 배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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