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현(대조초 4)군은 새벽 6시 반에 일어나 엄마와 함께 한 시간동안 독서나 공부를 한다. 등교시간은 9시까지지만 일찍 가는 게 습관이 된 유현이는 8시 10분에 등교를 한 후, 다른 친구들이 오기 전까지 자습을 한다. 오후 2~3시쯤 하교를 하면, 한 시간 동안 태권도 학원을 갔다 오고, 해법수학에 가서 2시간 동안 수학 공부를 한다.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는 엄마와 함께 윤선생과 한자공부를 하고 밤 10시가 넘어 잠에 든다.

흡사 고등학생의 일과처럼 느껴지는 위의 생활이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의 일상이라면 믿겨지는가. 길거리의 아이들 중 아무나 붙잡고 몇개의 학원을 다니는지 물어보면 보통 5개는 기본이다. 김주희(신천초 2)양은 발레, 플롯, 피아노, 바둑, 영어, 수학, 논술 등 총 7개의 학원을 다닌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우리 교육 현실
이렇게 학원을 많이 다니면 아이들이 힘들어 하지는 않을까. 서유현 군의 어머니인 박신미(주부, 48)씨는 “평일에는 놀 시간이 없어요. 친구들끼리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 주말이나 공휴일 외에는 거의 못 놀죠”라며 “친구들과 맘껏 놀지 못해 ‘엄마, 나 학원 안다니면 안 돼?’라고 이따금씩 묻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이에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에는 유현이를 공원에서 맘껏 뛰놀게 했다는 박신미씨는 “사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면서도 이게 잘하는 건가 의심이 들 때도 있어요. 그래도 아이가 잘 따르고, 학원에서 배운 과목에는 자신감을 가지니깐 자꾸 보내게 돼요”라며 “요즘 젊은 엄마들은 아이가 하나, 둘이라 아이들 교육에 올인을 해요. 주위에서 다들 보내니깐 저만 안 보낼 수도 없죠”라고 심경을 밝혔다.

무엇을 위한 개정인가
얼마 전 교육과정안이 개편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1시간 수업은 40분을 원칙으로 하되 학교 실정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편성·운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필요에 따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과별 20% 범위 내에서 시수를 증감하여 운영할 수 있으며, 학년·학기별로 집중이수를 통해 학기당 이수 교과수를 감축하여 편성·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1,2,3학년 때 체육을 몰아서 다 이수해 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개정안이 발표된 후, 서울 지역 587개 초등학교 중 35개 학교가 ‘쉬는 시간 5분제’를 시행했으며, 쉬는 시간을 늘려달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22개 학교는 여전히 ‘쉬는 시간 5분제’를 고수 중이다. 아이들에게 조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결과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OECD국가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학력성취도평가에서 2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시행 이래 연속 1등을 한 핀란드 학생들에 비해 2배 이상을 공부한 결과이다. 핀란드 아이들과 같이 우리나라 아이들도 밖에서 친구와 함께 뛰어놀면서 공부도 잘하고 싶다. 교육경쟁의 세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 입시와 통제의 수월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아이들의 삶의 질에 초점을 둔 의미있는 개정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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