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緣

우리 조상 중에서 최고의 경제학자를 꼽으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초정 박제가(1750-1805)를 꼽는다. 약 35년 전 나는 박제가의 북학의를 읽고 깜짝 놀랐다. 그의 글이 너무나도 혁신적이고 열려있으며 무엇보다도 오늘날 우리가 구미경제학에서 배우는 경제학 이론을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북학의에 나오는 초정의 경제사상은 효용의 극대화와 생산의 극대화와 같이 자본주의의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양반도 일을 해야 한다 라든가 자원의 국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외국과 통상하여야 하며 생산요소 증가와 더불어 도로 수레 등 사회간접자본을 육성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요 면에서도 유명한 우물론을 제기하여 ‘소비할 줄 알아야 생산이 지속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근검절약이 미덕이었던 당시의 잘못된 인식을 비판하고 소비할 줄 알아야 생산이 지속되고 고급품과 사치품에 대한 소비도 필요하다는 등의 혁신적인 주장을 폈다.

외국과의 무역이 국부를 증가시키는 지름길이라는 주장도 탁월하다. 국내에 있는 자원을 다 써도 생산요소는 부족하므로 먼나라(주로 절강, 강소성)와 통상을 하여야 생산이 원활하고 무역 이익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북학의는 분명 한국에서 나온 근대적 의미의 경제원론으로 손색이 없다. 이런 이유로 후학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