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30년 전 광주에서의 학살사태를 기억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한창 대학 축제 기간인 5월 중순, 축제의 함성 속에서 30년 전 광주의 민주화 함성을 떠올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30년 전, 박정희 정권의 종말 이후 12·12사태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의 압제에 저항 하기위한 광주 시민들의 평화시위는 정부의 비상계엄선포로 인해 피의 항쟁으로 얼룩졌다.

17일 비상계엄선포 이후 27일까지, 10일 간 지역 내 모든 언론사 건물이 방화되고 시내전화선이 차단되면서 광주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됐다. 고립된 채로 무차별 학살을 당한 당시 광주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 하나로 계엄군에 맞섰으며, 이는 우리나라 근대 역사에서 민주화의 가치를 일깨운 일대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온전한 추모를 방해하는 상황들
지난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의 주역들을 기리고,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광주에서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5·18 3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15일부터 19일까지는 당시 광주민주화운동 사진과 「5·18 민중항쟁 30주년 기념 제6회 서울청소년대회 문예공모전」 수상작이 전시됐으며, 17일에는 추모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30주년 기념식에는 여러 잡음이 많았다. 광주 행사에서는 국가보훈처가 지금까지 5·18 추모곡으로 불렸던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을 식순에서 배제했다. 이에 반발한 5·18관련 단체들이 기념행사에 불참하여 광주행사는 반쪽 행사가 됐다. 서울시는 5·18촛불기념집회를 불허하고, 주간행사에 대해서도 허용과 불허의 입장을 번복했다. 2년째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바른 역사교육이 역사계승의 단초
여러 잡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청 앞에는 그날을 기리는 우산 속 시민들의 발걸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념행사에 참석한 후 전시회를 보고 있던 김영원(목사, 59)씨는 “민주화의 정열이 식어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그래도 민주화의 열망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함석헌 선생님의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에서와 같이 개개인이 참여의식을 가지고 작은 것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덧붙였다.

“일제시대, 독립 운동가들은 독립운동을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회의감에도 해야 하는 일이기에 하자고 했고, 그 정신이 4·19와 5·18에 스며들었다. 즉 3·1운동과 4·19, 5·18의 신념과 정신은 일맥상통 한다”고 말한 김영원씨는 “하지만 이 정신이 점점 잊혀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역사교육을 통해 그 정신이 계승되어야 하는 데, 그것이 좀 미흡한 것 같다. 치욕의 역사든, 영광의 역사든 그것을 가르쳐야 하고 또 그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미연(국민대 3)씨는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 올 것이라 생각하고 왔다”라며 “이번 광주·서울 행사에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 체제에서 뽑힌 현 정부 고위관료 대부분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역사의 진실과, 민주화의 주역들에게 더 큰 관심을 갖고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 이런 것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도 있지만 자기 현실에 치여 사느라 관심이 없는 친구들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 역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과 진실을 알려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역사교육을 선택과목으로 제정하려는 등 역사교육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을 탓할 수도 없다”고 앞서 김영원씨와 입장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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