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구로여성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최혜영(43)씨는 올해로 2년 째 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2004년 경상남도 거창에서 서울로 상경한 그녀는 5년 동안 고시원 생활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근로복지공단 사이트에서 ‘근로여성임대아파트 거주자를 모집합니다’라는 글을 보게 됐고 복잡한 절차를 밟은 끝에 겨우 이 아파트에서 살게 됐다.

본 기자가 실제 아파트를 보기 위해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려는 순간 경비원이 “남성은 출입할 수 없다”며 아파트 출입을 막았다. 2005년 경 성희롱 파문이 일어난 후 남성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것이다. 최씨의 말에 따르면 아파트는 13평형에 방 2개 짜리로, 한 세대에 보통 2~3명이 살고 있다. 입주자는 대개 지방에서 상경한 여성들로 월 소득 1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독신 여성들이다. 이에 입주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월 임대료와 관리비를 합해 한달에 3~5만원으로 크지 않다. 최씨는 “월급이 130만원인데 전기세, 수도세를 포함해서 한 달에 4만원 정도 지불해요. 나머지 돈 중 일부는 저금을 할 수 있으니 저에겐 너무 큰 행복이죠”라며 이곳 생활에 만족감을 표했다.

하지만 최근 그녀는 ‘2011년까지 아파트가 매각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최씨는 “상경한지 5년 만에 안정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아파트가 매각되면 저는 다시 고시원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어요”라며 절실한 심정을 토로했다.

저소득 여성들에게 살 곳 마련해 준다면서…

1968년 근로복지공단은 ‘저소득층 독신 여성노동자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주거생활비 절약으로 실질소득증대를 통한 복지증진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근로여성임대아파트를 설립했다. 이 아파트의 입주 자격은 미혼 또는 기혼의 독신 여성 노동자이다. 입주기간은 2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장신청이 가능하다. 현재 근로여성임대아파트는 서울(구로), 대구, 부산, 경기(부천), 인천, 춘천 등 전국 6곳, 총 820세대로 실 거주자는 945명이다. 수용인원이 1,800여 명임을 감안할 때 실거주자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2008년 매각 논의가 불거지자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여성임대아파트에 대한 신규입주불허라는 결정을 내렸고, 기간이 만료된 입주자들에게 재신청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그 이유이다.

근로복지공단은 2004년 4월, 근로여성임대아파트 매각 기본 계획을 수립한 후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2007년에는 입주자를 분산시키기 위해 입주자 소산대책을 수립했으며, 2008년 7월에는 정식으로 노동부에 여성근로임대아파트 매각 신청을 제출했다. 같은 해 9월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매각 신청을 승인했다.

2004년 4월, 근로복지공단이 세운 근로여성임대아파트 매각 기본 계획에 따르면 매각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수혜 대상자가 서울을 포함한 6개 지역으로 한정되고, 연간 3,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에게 주택기금을 대출해 저소득층 노동자에게 주택을 마련 해 준다는 측면에서 대상자가 중복되므로 복수 수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아파트 시설 노후화로 수선 유지비가 급증해 1999년 민간위탁운영으로 전환되면서 당초 건립목적에 따른 운영 및 복지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장 매각이 실시되면 이곳에 살고 있는 독신 여성들은 높은 월세의 집을 구해야 하며, 월세를 부담하기 힘든 여성들은 고시원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주거환경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

근로여성임대아파트 매각은 불법

근로복지공단이 추진 중인 매각 방법은 법률의 규정에 따라 공적 기관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매매인 공매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매각 방식은 불법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임대주택법 16조 1항에 따르면 공공건설임대주택의 경우 임대의무기간인 50년 안에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복지진흥부 선윤석씨는 “우선 현 근로여성임대아파트가 건설 될 당시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임대주택법의 모태가 되는 임대주택건설촉진법이 있었기 때문에 임대주택법에서 명시하는 의무기간 50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며 “임대주택촉진법에 따르면 임대의무기간은 5년이기 때문에 매각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임대주택법을 적용한다 할지라도 동법 제13조에 따르면 임대의무기간 내에서도 매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김영관 보좌관은 “국가의 재정이 투입된 공공임대아파트를 매각하는 방법은 두가지이다. 임대의무기간 동안 매각할 경우에는 시행하고 있는 공공사업을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해야 하고, 임대 의무 기간이 끝난 경우에는 현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에게 우선분양권을 주어 분양전환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앞서 제시된 공단의 두 주장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 먼저 전자의 경우 임대의무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이후 새로운 거주지가 만들어 진다면 현 임차인에게 우선분양권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공단의 매각방침에 따르면 임차인들에게 계속적으로 임차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또 후자의 경우에는 임대의무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매각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이럴 경우 여성임대아파트는 존속되고 대신 다른 임대사업자가 이 사업을 승계 받아야 한다. 결국 어떤 주장이든 공매로 인한 매각은 엄연한 불법인 것이다.


임대주택법 적용 놓고 공방전

공단은 이러한 홍의원의 반박에 대해 “근로여성임대아파트가 과연 임대주택법에 적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을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근로여성임대아파트는 기숙사형 부설시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아파트가 임대주택법에 적용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겠다”라고 답했다. 공단이 위와 같은 태도를 보이자 홍희덕 의원 측은 지난 4월 국토해양부에 여성근로임대아파트가 임대주택법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검토해줄 것을 부탁했다.

홍의원은 국토해양부로부터 “근로여성임대아파트는 임대주택법에 적용된다”라고 답변을 받았다. 공단 측도 법제처로부터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고, 지난 27일 노동부는 임대주택법에서 정한대로 임대사업자에 대한 매각 또는 분양전환의 방법으로 매각을 할 것이며, 기존 소산대책을 변경해 신규입주를 허용하는 등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분양 전환’ 해도 어렵다

임대의무기간이 끝난 후 매각을 실시할 경우, 임차인은 우선분양권을 받는다. 이때 분양가격을 상정해야 하는데, 가격을 책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차인들은 건설 할 당시 건설원가와 감정평가금액에 따라 책정된 현재 시세의 절반을 나눈 가격으로 분양을 받는다. 하지만 초기 여성근로임대아파트가 만들어질 당시, 건설원가를 분명히 하지 않아 향후 분양가를 책정하기가 상당히 애매하다. 김영관 보좌관은 "여성근로임대아파트와 같이 임대주택도 임대차 계약기간, 임대보증금, 임대료, 건설원가 등을 신고 했어야 하는데 당시에 이를 신고하지 않아 현재 분양가를 책정하기 힘든 실정이다"라고 답했다.

여성근로임대아파트 존속 돼야…

김영관 보좌관은 “매년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생활이 어려운 여성들이 자기 집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법의 취지대로 근로여성들의 복지향상을 위해서라도 근로여성임대아파트는 존속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거주하고 있는 인원이 수용인원의 절반밖에 안되기 때문에 빨리 수를 확충하고 또 리모델링 등을 해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며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