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_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어른들이 북한 사람들을 얘기할 때 북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니까 속된 말로 ‘놈’, ‘새끼’ 등의 욕을 뒤에 붙이는 일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 언어에서부터 북한은 ‘적’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다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남북관계는 그리 원만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과거에는 ‘희망’이라는 출구를 찾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국민들도 합법적으로 금강산 땅을 밟을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그룹 정주영 전(前) 회장이 첫 방북을 시도한 후 계속적으로 북한과 교류했으며, 김대중 정권 당시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될 정도로 북한과의 관계가 온화해졌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실시되자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될 당시, 금강산 관광을 상품으로 하는 퀴즈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말과 북한의 문화 등에 대해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아쉽게도 나는 떨어지고 같이 참가하자고 부추겼던 친구는 덜컥 붙었지만 말이다. 퀴즈대회 상품도 금강산 관광일 정도이니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북한과의 경제적·문화적 교류도 부쩍 늘었다. 여러 교류가 있겠지만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남북 애니메이션 합작이었다. 가장 성공한 케이스는 두 번째로 제작했던 3D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이다. 펭귄을 닮은 ‘뽀로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이다. 요즘도 국내에서는 장난감을 파는 곳을 지나다보면 뽀로로 캐릭터를 쉽게 보곤 한다.

지난 일을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북한과 많은 교류를 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민주정부 10년 이후 정부가 바뀌고 북한에 대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남북 사이에는 흉흉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피격당한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은 중단된 상태다. 또한 얼마 전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발표돼 개성공단 이외의 남북교류가 중단됐으며, 개성공단 사업도 위기를 맞았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쥐도 숨을 구멍이 없으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현재 북한을 지지하는 세력은 적다. 우리마저 그들은 ‘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정말 혼자가 된다. 국제 사회에서 비난을 감수 하면서도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그들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를 완화시키기 위해선 사람들 간의 교류가 필요하다. 남북한 사이에 ‘한민족’이라고 하는 ‘정’이 없으면, 그 순간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 되고 ‘나쁜놈’이 될 뿐이다.

올해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두 나라, 아니 한민족이 서로 우호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왔던 우리가 지금 남북관계의 초석을 다져놓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의 세대들에게 북한은 진짜 ‘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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