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시작되고 학생들은 교수님으로부터 A4용지에 복사된 많은 자료들을 건네 받는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료들도 많고, 책 자체가 스캔된 자료들도 군데군데 눈에 띤다. 이처럼 대학 내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복사는 과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학에 교재를 무단 사용하는 대가로 학생 한 명당 연간 3,500원에 해당하는 저작권 이용료를 내도록 하는 방침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학에서 복사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학생들 역시 피해갈 순 없다. 학생들의 복사행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교재 복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교재 자체의 높은 가격 때문이다. 전공 서적 한 권이 적어도 3만원을 넘는 고가이기 때문에 한 학기에 듣는 모든 강의의 교재를 구입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남성(경영 05)씨는 “아무래도 경제력이 없는 학생이어서 저작권에 대한 양심적인 문제보다는 금적적인 여건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어차피 한 학기동안 쓰고 난 뒤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값싼 제본 교재를 이용한다”고 복사를 하는 이유를 밝혔다.

교재 복사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학생들이 교재 복사가 불법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책 뒷면에 조그만 글씨로 쓰인 저작권 관련 문구를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을 뿐더러, 너도 나도 복사를 하기에 별 생각 없이 따라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교재 등 서적을 불법으로 복사할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출판 및 인쇄 진흥법에 의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올해 신입생으로 들어온 이종혁(철학 10)씨는 “지인의 부탁으로 전공 관련 서적을 대학 내부 도서관에서 제본했다”며 “핸드폰 번호만 적으면 되는 간단한 절차여서 손쉽게 제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벌금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전 절차 없이 복사를 해주는 곳은 대학 내 복사시설 뿐만이 아니다.

대학가 주변 복사가게에서도 이러한 복사가 자연스레 행해지고 있다. 대학가 주변에서 복사 가게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는 “출판사나 문화부의 단속이 심하지만 가게 운영상 학생들이 부탁하는 복사를 거절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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