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를 통해 본 사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경쟁은 일상이다. 입시와 취업을 거치며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은 경쟁자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취업 준비를 위한 스터디 모임도 모종의 계약 관계에 불과하다. 목적이 달성되면 그 뿐, 더 이상 관계가 발전되지 않는다.

언프렌드는 지난 2009년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이 단어는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친구관계로 맺어진 누군가를 삭제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일촌끊기’와 유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취업 준비를 위해 모임을 가졌던 사람들이 목적을 달성하거나 모임을 지속할 필요가 없을 때 그 관계를 끊는다는 말로 쓰인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 그만이라는 실용적 변명 뒤에는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

단지 취업에서만 언프렌드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매년 3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3월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선후배 사이의 연락은 끊기게 된다. 후배는 그저 밥을 얻어먹기 위해 선배를 이용한 꼴이고 선배는 신입생 때의 빚을 갚는 꼴이다.

언프렌드는 비인간적인 오늘날의 모습을 명확히 드러내는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을 지속시키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없다면 이러한 이기적인 세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가꾸는 것이 진정 참된 ‘관계’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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