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緣

20대 중반 쯤에는 누구나 이전과 다른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취직, 시험 혹은 그 이외의 진로 고민들 말이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현재를 비하하며 아직 오지 않은, 혹은 평생 오지 않을 미래를 장밋빛으로 그리곤 한다. 그러는 와중에 현재의 청춘은 허무하게 끝나간다.

이 책은 내 청춘이 끝나가던 스물다섯 겨울의 두 달 동안 씌여진 글들이다. 냄새나고 열악하던 중앙도서관에서 씩씩거리며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기 2년 여, 시험을 두 달 앞둔 12월 마지막 날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나는 시험을 포기하고 집을 뛰쳐 나와 8개월에 걸친 청춘의 안식년을 보냈다. 그렇게 1주일에 8일을 술과 함께 했던 주지육림(?)의 시간동안, 지난 사람과 지난 음악을 정리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은 내가 심장 터지게 좋아했던 사람들과, 눈물 나게 즐겨들었던 음악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록 지금은 그녀들을 다시 만날 수 없고, 음악들은 촌스러워 뵈는 흘러간 것들이 되어버렸지만 그네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그 때 그 시절까지 변한 건 아니다. 청춘도 마찬가지이다. 시도 때도 없이 애인들한테 채이고, 시험에는 낙방하고, 냄새나는 도서관에 쳐박혀 있다고 해서 그 청춘이 어두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아름답고 또 아름다워야 한다.

2년 여를 괴롭게 공부했던 입장에서 이 글을 쓰는 내내 과연 당신들의 미래를 위한 괴로움이 정당한지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내일 아침에 지구가 망한다고 해도 행복할 수 있는가? 누구보다 아름다워야 할 청춘에 죄를 짓는 것은 아닌가? 에 대해서 말이다.

스스로를 자학하며 부유한 꼰대가 될 것인가 아니면 현재와 자신을 즐기며 풍요로운 청춘으로 살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은 이 책에 있다. 나와 당신들이 사랑했던 그 음악들, 그리고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 답이다.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알 수 있다. 당신들은 나보다 위대하고 나만큼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행복,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혁명이다.

김태진(행정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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