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 기지 이전 문제에 부쳐

용산 미군기지 이전은 이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24일 한·미 양측은 용산 미군지기 이전 원칙에 합의했다.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은 지난해 12월 한국에 있는 미국 전문 용역 기관에 용산 기지 이전 관련 소요조사를 의뢰하였으며 5월 말 쯤에는 최초종합 계획(IMP)이 나오게 된다고 밝혔다.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최근에 떠오른 일이 아니다. 지난 1990년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기본 합의 각서를 체결했으나 북핵 사태 등으로 우리 측이 예상했던 17억 달러(90년 기준)가 미국 측의 주장에 의해 95억 달러(96년)로 불어나 이전 계획이 무산되었던 적이 있다.
주한 미군은 나아가 2000년 5월에는 용산 기지 이전 철회 계획을 노골적으로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 2001년 5월 방한한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정보 통신 등 고도의 군사 기술력을 강화하는 대신 병력을 감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정부는 동북아 전략에서 중국의 위협을 중시하여 기지를 감축한다면 괌의 전략적 가치에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의 소극적 태도와 비교해 최근 미국의 달라진 태도에 대해 용산 기지시설의 낙후에 따른 이전의 필요성과 범국민적 반미감정의 확산이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용산 기지 이전은 한국인의 희망에 의한 것이라고 말해 한국이 이전 전 비용을 부담하게 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문제는 곳곳에 존재한다. 한·미 양국이 이르면 내년부터 용산 기지의 조기 이전을 고려하는 가운데, 미군은 129억원을 들여 단 몇 년간 쓸 고가차도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건설 금액은 미군주둔 지원금 6,500억원에서 나온 것으로 기지 이전 이후 철거할 때도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예산 낭비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와 용산구에서는 군사 시설인 만큼 개입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일 있었던 북한 전투기의 미 정찰기 위협 사건을 훈련을 가장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의도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지난 7일 국회 국방위 답변을 통해 북핵 사태 해결 전 주한미군 재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이는 미국 측과 협의 하에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찰기와의 조우는 예견된 일”이었으며 “미국은 지나치게 나가지 말라”는 발언과 관련해 몇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안보의식을 문제 삼으며 비난을 쏟아 부었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과 관련하여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B-1과 B-52 폭격기 각각 12대 씩 24대를 괌에 배치하기로 하여 럼스펠드 장관의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설과 함께 안보 위협을 우려하는 주장에 힘을 더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의 이와 같은 발언은 새로운 안보 전략 차원에서 이익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금껏 주한 미군 주둔과 철수 문제는 철저한 미국의 동북아 이해관계과 전략적 판단에 의한 것임이 해방 이후 미국과의 관계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은 새 정부의 충분한 군사 전략적 평가와 국제 정치구도의 이해 가운데 준비되어야 한다. 기지 이전은 수도 한복판에 87만평의 땅이 100여 년 만에 남의 나라 군대의 주둔에서 벗어나는 데에 의의가 있음은 물론 도시 계획적으로도 큰 이익이 예상된다. 현재 서울시는 용산 미군기지 내 신청사 건립을 백지화하고 1991년 처음 이전이 논의될 당시 계획 그대로 부지 전체를 숲과 대형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의견이다. 용산역에는 2008년까지 경부 고속철도 중앙역과 인천공항 고속철도를 포함한 4개의 철도노선과 기존의 3개의 철도를 합쳐 총 7개의 철도가 마련되어 국내 최고의 교통의 요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용산역에 공항 터미널 등을 유치해 국제 업무단지를 조성하기로 하는 한편 용산구는 미군기지 인근 1만 4천 여 평에 구청사와 경찰서, 소방서, 문화원등을 함께 지어 종합 행정 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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