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로 내려와 다시 쌓아 올린 주권의 대리자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가장 큰 변화의 특징은 ‘열심히 욕한 당신 이젠 찍어라’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 아니 정치 소비자들의 수준은 적극적인 참여로 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급자, 사실상 독과점 공급이 행하여지고 있는 정치계 역시 변화를 거부해선 안 된다. 그동안 알아서 판을 짜 놓으면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던 국민들이 더 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 또는 정치인 이라는 상품을 내놓는 기업으로 정당을 들 수 있다. 사실상 어느 정도 정치적 기반을 갖고 있는 몇 개의 정당으로 국한된 공급이기에 현대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참으로 중요한 제도 중 하나이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당에도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그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의 대한민국 정당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른바 보스 정치였다. 1인에게 정당내의 모든 의사결정권이 있는 봉건적 권력 구조는 정치를 모든 국민에게서 외면시켜 버렸으며 일부 신민에게 봉사하는 결과를 낳아 왔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기반이나 이념의 변화도 없이, 또는 상관없이 수십여 개의 정당들이 사라지고 생겨왔다. 1인 지배를 통한 결속과 고립은 연고주의를 정당화 시켜 왔으며 결국 지역갈등이라는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합병증을 유발시켰다. 그러므로 정당개혁의 가장 큰 화두는 보스와 그를 따르는 계파에게서 정치권력구조를 하향화시키는 것이다.
정당권력 하향화의 밑거름은 진성당원의 활성화이다. 현재 제도권 정당의 진성당원률은 놀라울 정도로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당원이 재정을 부담하고 의사결정단계에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당원들이 공감하는 정당의 신념과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그리고 진성당원의 자발적 활동을 기반으로 민주적 조직과 리더들이 선출될 수 있는 상향식 공천제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아울러 필요한 것은 보스정치의 조직관리에 걸맞도록 비대해져 있는 중앙당의 변화와 축소이다. 중앙당은 당원들이 공감한 정당의 신조를 바탕으로 국가 운영에 관한 거시적 정책을 연구하고 제시하는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 간 대화와 타협의 역할을 국회 내에서 이룰 수 있도록 원내 정당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지구당조직도 제정비 하여야 한다. 충성스러운 조직관리의 대가로 공천을 낙점 받던 기득권은 과감히 폐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당개혁의 제 과제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적청산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제도개혁도 중요하지만 그 것만으로 민주주의의 청지기적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음을 지난 과거사에서 우리는 무수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더더욱 시끄러워 지더라도 그것이 민주주의 발전의 과정임을 잊지 말고 뚝심 있게 나아가는 정당개혁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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