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어주는 남자
울컥거리는 위장 다리 꼬여 흐느적거리는 관절들 정신 혼미해진 두개골이 흔들거리고 새벽녘 손님도 마다않는 화려한 번화가는 소리없이 캄한 바다 속으로 잠겨버린다 그물줄 서둘러 거두어 들이는 시장통 안 인적이 사라져도 응급실과 장례식장을 갖춘 최신식 병원에서는 야간 버튼도 친절히 달아두었다 - 김일용, 「돌다리 1번지」 중에서 집으로 배달된 지도 두어 달쯤은 족히 지났을 잡지를 뒤적이다가 김일용이라는 이름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이 낯선 이름의 시인, 이제 문단에 갓 얼굴을 내민다는 신인의 시에 왜 주목을 했을까? 우선 도시를 비유한 ‘위장’ ‘관절’ ‘두개골’ 따위의 시어가 주는 불편함이 그 첫 번째 이유였음을 숨겨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러나 그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풍경을 처절하게 그려낸 시가 흔치 않았다는 점 때문에 이 시편에 대해 한 번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서울시립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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