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제, 다른 생각 동상이몽


네티즌이 힘을 모으면 세 살짜리 어린아이에서 국가 원수까지 벌벌 떠는 것이 요즘세상이다. 마치 집단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이 세상을 바꾸는 일도 수없이 봐 왔다. 콜롬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해 미국이 탄생하는 데 토대를 만든 것부터 빌 게이츠가 컴퓨터를 만들고 나서 우리의 세상을 180도 변하게 한 것까지 개인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경우는 매우 많다. 개인이 위대한가 집단이 위대한가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개인’과 ‘집단’ 중 무엇이 먼저일까, 또 무엇이 더 우수할까? 박성현의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과 제임스 서로위키의<대중의 지혜>를 통해 개인과 집단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 보자.

집단을 벗어난 참된 ‘개인’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의 저자 박성현 씨는 우리사회가 떼로 똘똘 뭉친, 이른바 ‘집단’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가 됐다고 한다. 우리는 한 명의 개인으로 살고 있음에도 국가, 민족, 사회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집단이란 존재는 무리의 결정에 따라 우둔한 결정을 내리기 쉽다. 그는 우리에게 이런 집단을 벗어나 ‘참된 개인’으로 비상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태고 적부터 무리지어 살아온 우리가 집단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가 말하는 ‘참된 개인’이란 무엇일까? 참된 개인이란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아닌 진실과 자아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물론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회가 만들어낸 풍조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회가 만든 논리와 잣대에 휘둘려 마치 자신의 생각인냥 자유와 권리를 외친다. 저자는 참된 개인은 사회가 정한 기준으로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자신의 윤리와 가치관을 만들고, 바꾸고, 발전시켜야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참된 개인이 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은 냉대받기 십상이었다. 선악을 판단할 때 집단의 습성에서 나온 행위보다 개인의 동기에 따랐던 예수, 폭압적인 로마 가톨릭 권력에 맞서 자신의 주장을 펴 관직을 박탈당한 루터. 이들처럼 집단의 가치에 맞서 참된 개인이 되려했던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실제 목숨을 잃는 등 온갖 수모를 당했다. 이처럼 개인은 탄생하기도 번성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개인은 탄생했고 우리사회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개인은 기적이라 불려 마땅하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저자가 개인이라는 존재를 ‘기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바야흐로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다.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절대적인 윤리나 가치관은 있을 수 없다. 참된 개인이 되어야지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저자는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멀쩡한 사람이라면 각자 자신의 색깔을 갖고 참된 개인으로 비상하라고 충고한다.

똑똑한 개인보다는 평범한 ‘우리’가 낫다

<대중의 지혜>의 저자 제임스 서로위키는 특출 난 개인보다 평범한 대중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우리는 능력 있는 소수가 정해놓은 것을 평범한 다수가 따라가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그의 말은 의아할 수 밖에 없다. 그는 무엇을 근거로 엘리트 1명보다 평범한 사람 99명이 더 현명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실제로 집단이 개인보다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미국의 사회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행한 온도측정, 물건의 갯수 맞추기 등 소소한 실험들을 통해 사실로 밝혀진 바 있다. 그들은 실험을 통해 소수의 전문가와 다수의 평범한 대중으로 구성된 두 집단 가운데 후자가 통계적으로 더 많이 정답을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표적인 예로 챌린저호 사건을 들 수 있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된 지 30분 만에 폭발한 사건이 있었다. 폭발 30분 후 챌린저호에 부품을 납품했던 회사들의 주식은 대부분 3~4% 내려갔고 그 중 한 회사는 무려 21%나 하락했다. 왜 이 회사만 유독 주식이 폭락했을까? 대중들은 그 회사가 챌린저호 폭발에 대한 큰 책임이 있다고 짐작했다. 6개월 후 전문가들이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결국 평범한 대중들이 30분 만에 내린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엘리트 한 명보다 평범한 대중이 내리는 의사결정이 더 옳은 것이라면 우리는 여지없이 집단의 의견을 따라야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여기에는 지혜로운 대중이 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저자는 우리가 지혜로운 대중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야 하며 또한 이들이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개인들이 내놓은 의견은 분산화와 통합의 과정을 거쳐 소수의 엘리트보다 나은 결과로 나타난다. 그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답은 ‘한 명의 천재’가 아닌 ‘다수의 대중’에 있다고 말한다.

개인과 집단에 대한 당신의 선택은

힘 있는 집단이 될 것인가, 특별한 개인이 될 것인가? 섣불리 선택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이다. 각자의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집단이 되길 선택한다면 당신은 무리가 갖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럿이 모인 특성 때문에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는 집단이 되기 쉽다. 그렇다면 모든 책임을 지는 개인이 될 것인가? 만약 개인이 되길 선택한다면 자유와 깨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이기에 외롭고 고독한 싸움이 될 수 있다. 개인과 집단에 대한 선택, 그 정답은 당신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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