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제, 다른 생각 동상이몽


올해 들어서만 송지선 아나운서, 가수 채동하를 비롯해 카이스트 학생 4명이 자살해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자살현상은 이미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현재까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10대~30대 사망원인의 1위다.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자살이 이렇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과 <자살, 차악의 선택>에서 자살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자.

‘왜 자살을 하면 안 될까?’

예부터 자살은 금기시되어 왔다. 특히나 종교적으로는 자살이 금기시될 뿐만 아니라 죄로 여겨지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대개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면 안 된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왜 자살을 하면 안 되냐?’는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이는 흔치 않을 것이다.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의 저자는 자살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에서 자살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공개적으로 제시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살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6가지를 들어 설명한다. 첫째, 자살은 더 큰 고통을 부른다. 둘째, 자살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셋째, 자살은 ‘끝’이 아니다. 넷째, 자살할 수 있는 ‘권리’란 없다. 다섯 째, 자살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남긴다. 여섯 째, 우리는 영혼의 성숙을 위해 태어났다. 그러므로 자살 행위는 영혼이 성숙할 기회를 잃는 것이다.

저자는 자살을 불행하고 고통스런 죽음의 한 사례로 바라본다. 또한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살을 저지른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영혼의 성숙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생사학(Tanatology)의 관점을 통해 죽음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사학에서는 죽음을 삶과 동등하게 인간의 일생을 구성하는 필수 단계라고 인식하는데, 즉 웰빙(well-being)이 중요한 만큼 웰다잉(well-dying)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갖게 되면 자살이 ‘인간다운 삶의 권리’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모두 포기하는 행위임을 깨닫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살은 어쩔 수 없는 선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살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자살, 차악의 선택>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변을 제공한다. 앞서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의 저자가 자살을 부정적 행위로 인식한 것과 달리 <자살, 차악의 선택>의 저자는 자살이란 행위를 옹호하지는 않지만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옹호하며, 자살을 삶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저자의 주장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자살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뒤르켐의 ‘자살론’을 통해 자살이 개인적인 원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원인으로도 발생한다고 받아들여졌음에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이러한 뒤르켐적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면서도 다시금 비판한다. 자살이 사회적 상황 자체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개인이 ‘아노미(일종의 무규율 상태)’라는 심리적 상태로 받아들일 때 나타난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살펴보기 위해 당신이 이러한 상황에 놓였다고 가정하자.

A [50세, 남, 무직] : 당신은 5년 전 뇌출혈로 인해 팔다리가 마비되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된 이후 아내의 간통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으며, ‘전화도 받지 말라’, ‘놀이터에도 가지 말라’며 아내로부터 인격을 무시당했다. 이후 우울증으로 인하여 집을 나왔으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취직이 되지 않았다.

B [33세, 여, 무직] : 당신은 5년 전에 결혼하여 아들을 하나 두었다. 하지만 남편이 생활 능력도 없이 도박을 하고 다니면서 생활비를 주지 않아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않았다. 남편과 다투다 한 번은 3층 건물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쳐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그 후 남편과 이혼하고 잡역부로 일하며 여관을 전전했다. 아들을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는 조건으로 이혼을 했는데, 전남편은 처음에는 이를 지키다가 나중에는 아들을 만나지 못하게 했다.

자,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당신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당신의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위 사례들이 자살한 이들의 실제 상황이었다고 하면 믿겨지는가. 저자는 책에서 실제 405건의 유서를 통해 자살을 분석했는데, 위 사례들은 자살 전 유서를 남긴 이들의 상황이었다. A는 유서에서 그간의 아내의 행동을 딸에게 고발했고, B는 여자로 태어난 것을 한탄했다. 당신은 이를 보고 자살한 이들을 바보 같다고 생각했는가? 혹은 자살한 이들에게 연민을 느꼈는가? 저자는 이들이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차악’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들이 자살함으로써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며 ‘소통적 자살’로 정의한다.

자살을 방관해온 사회

경쟁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많은 실패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의 자살률이 증가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혹자는 ‘패자부활’적인 요소가 없는 우리 사회를 비판한다. 물론 자살률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요즘, 자살하는 사람들을 실패자로 낙인찍은 세상을 비판할 수도 있겠다. 혹은 자살하는 사람들이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다며 그들을 비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수많은 이가 죽음을 선택할 때까지 이들을 방관해온 사회를 탓하고 싶은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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