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의 소리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국경을 넘는 인구의 이동도 증가하고 있다. 유엔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의 이주자는 약 1억 9천 백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약 3%를 차지한다. 이러한 추세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1970년대까지 인력을 내보내는 국가였지만 2000년대에 이주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인구유입국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등록 외국인은 92만명으로 (2010년 통계), 한국 전체인구의 2.2%에 해당한다. 1995년과 2005년을 비교해보면 외국인 국내 거주 비율이 77.2%나 증가하였고 여성의 경우에는 150%가 증가하였다. 특히 여성이주의 경우 대부분이 결혼이주이다. 결혼이주는 다른 이주와는 달리 이미 이주할 때부터 정착을 목적으로 한다.

결혼이주 여성들의 한국 정착 문제, 이들 자녀들의 한국 사회 통합 문제 등은 이주의 세계화 시대에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주민의 문제가 더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 사회의 기본적인 성격 때문이다. 오랫동안 단일민족을 자랑해 온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주민은 이방인이고 낯선 소수자이다. 이주자들은 다른 어떤 사회에서보다도 한국 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가기 어렵다. 다르다는 것은 한국 사람들에게 단지 다르다는 것일 뿐만이 아니라 거부감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남성중심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주자들은 이중적인 불편함을 체험하고 있다. 소수의 이주자이면서 남성중심사회에서 또한 소수인 여성인 것이다. 결국 남성중심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이 한국 사회의 약한 고리, 즉 이주여성들에게서 종종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가부장적인 한국인 남편의 폭력은 외국인 부인에게 심각한 내적 상처를 남기고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다. 다문화 가정에서 이혼 소송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전체 이혼 소송 가운데 30%나 된다. 이혼 사유를 보면 남편의 가출, 외도가 47%이고 남편의 무능력, 폭행이 19%에 달한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은 그렇게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닌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이주여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농촌의 나이든 미혼남성들이 결혼하지 못하고 우리나라의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들을 결혼시키고 인구도 증가시켜야한다는 구체적인 필요 때문이었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가 됐고 이러한 현상은 가까운 시일 안에 나아질 전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은 단기적인 미봉책일 뿐이어서 시간을 두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외국여성과의 결혼과 이를 통한 인구의 재생산이다. 이것이 국가 미래에 꼭 필요한 대안이라면 우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만 한다. 어쩌면 이것은 한국에게 기회일 수 있다. 새로운 도약의 기회는 이질적인 인종에 대한 관용, 그리고 이들과의 화합일 것이다. 단일에 대한 집착을 접고 남성중심적인 폐습도 버리고 보다 유연하고 관용적인 사회, 이것이 우리만 좋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더불어 좋은, 다같이 살기 좋은 우리나라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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