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 호주(1)
미사거리로 유명한 호시어 레인 음악이 흐르는 ACDC 레인 그라피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거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ACDC 레인이다. 거리이름이 교류(AC)와 직류(DC)라니 의아할 뿐이다. 하지만 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리이름의 뜻을 눈치 챘을 거다. 바로 호주를 대표하는 헤비메탈 밴드인 AC/DC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멜버른은 AC/DC가 탄생한 장소다.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음반인 ‘Back In Black’의 주인공인 AC/DC는 호주인들에게 국민밴드 그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 골목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건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자 조형물이다. 여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 보면 바들을 볼 수 있다. 이 거리의 바는 단순한 바가 아니라 로큰롤을 메인테마로 하는 공연장이기도 하다. 이 거리의 이름을 떠올려보면 이런 바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를 알게 된다. ACDC 레인에도 그라피티는 빠지지 않는다.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는 DJ Jazzy Jay가 우릴 반겨준다. 이어서 기다란 목이 휘어있는 멍한 눈빛의 기린을 만날 수 있다. 더 걷다보면 더크보드 플레이스로 이어진다. 골목 한쪽 벽면에는 각종 포스터를 4개씩 붙일 수 있는 액자들을 벽에 고정시켜 놓았다. 이곳을 걷다보면 마치 갤러리를 구경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멜버른에는 호시어 레인과 ACDC 레인을 제외하고도 유니온 레인과 테터셀즈 레인 등 다양한 그라피티 거리가 존재한다. 이런 특정한 거리를 제외하고도 골목 구석구석에서 그라피티를 발견할 수 있다.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그라피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신혼부부나 모델, 일반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예술의 도시가 되기 위한 노력 중세를 연상시키는 도시인 멜버른과 그라피티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라피티는 활용하기 힘든 좁은 골목과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뒷골목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멜버른은 호시어 레인과 유니온 레인 등을 그라피티 허가 거리로 지정함으로써 자칫 버려질 수 있는 도시의 한 부분을 아름다운 명소로 만들었다. 멜버른 시내의 도로는 격자모양으로 잘 정돈돼 있다. 이는 1836년 멜버른의 개발이 시작되면서 설계된 것이고, 지금까지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9세기에 설계된 도로이기 때문에 지금 기준으로 보면 폭이 좁다. 그런 이유로 멜버른에는 호시어 레인처럼 쓰레기가 쌓여 지저분해지는 골목과 유니온 레인처럼 마땅히 쓸 방법이 없는 골목이 존재하게 됐다. 이런 골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그라피티였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던 호시어 레인은 골목의 모든 구성물이 캔버스가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쓰레기통 안에서 나는 냄새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하나의 예술품이 된 골목은 훌륭한 관광지로 탄생했다. 보통의 좁다란 길일뿐이었던 유니온 레인은 많은 사진가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멜버른이 예술 수도라 불리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중세 양식의 아름다운 건물들을 잘 보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이나 우체국을 개조해 만든 쇼핑몰처럼 많은 건물들이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하고 싶은 이유는 예술가를 위한 배려다. 그라피티를 그리는 예술가들에게 그릴 곳을 지원해주는 것을 통해 멜버른을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예술 도시로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