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사회_ 세 얼간이

진부하고 식상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 특히 2009년 기준 20대 사망 원인의 1위는 자살이다. 무엇이 청년들을 자살로 내모는 것일까. 이 시대의 청년들은 등록금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취업에 대한 걱정으로 온갖 고민을 안고 있다. 그들에게 대학은 진리를 깨우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취업 양성소에 불과하다. 저 멀리 인도에 한국의 청년들처럼 대학을 다니고 똑같은 고민에 부딪히는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있다.

영화 <세 얼간이>는 인도 최고의 공대인 임페리얼 공대(ICE)에 입학한 3명의 대학생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란초는 친구들과 함께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록 경쟁을 부추기는 대학을 비판한다. 그 친구 중 하나인 라주는 병으로 앓아누운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때문에 라주는 좋은 학점을 받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직장에 취업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그는 한 번의 실수로 정학 처분을 받게 된다. 이는 단순히 졸업이 늦춰지는 것뿐만 아니라 이력에 큰 오점으로 작용한다. 결국 그는 두려움과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란초의 극진한 간호로 라주는 극적으로 회복되고 현실을 극복할 용기를 얻는다.

영화에서 묘사하는 대학의 모습은 우리의 대학과 어딘지 닮아 있다.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해 시험지를 훔치거나 남이 공부하는 것을 방해하는 인도 대학생들의 모습은 남들 다하는 스펙 쌓기 열풍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한국의 대학생들의 모습으로 오버랩된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같다. 안정된 직장을 얻고 편안한 생활을 하는 것.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을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더 나은 삶을 영위하려 애쓴다.

그러나 열망이 강한 만큼 실망에서 오는 좌절감 역시 크다. 지난 4월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로 문제가 되었던 카이스트 사태는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사건은 대학이 요구 학점을 충족하지 못하면 등록금을 내야 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학점과 등록금을 빌미로 학생들의 경쟁을 강요하는 대학의 일방적인 행보가 자살을 야기한 것이다.

란초가 맞서려 했던 것은 이처럼 대학생들에게 걱정과 두려움을 심어주는 대학의 교육 시스템이다. 그는 남과의 경쟁이 아닌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도 뒤따를 것이라고 말한다. 대학을 비롯한 기성 사회는 그들이 구축한 제도를 통해 청년들의 비상을 중력처럼 끌어내리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란초는 말한다. 내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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