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서 성범죄가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대학사회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세종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재학생이 신입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강요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미성년자 성폭행에 성매매 알선까지
지난달 25일 각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는 ‘명문대생 성폭행’이었다. 서울 소재의 명문대 휴학생인 26살 L씨가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만난 14살 P양을 성폭행하고 성매매까지 강요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가해자 L씨는 피해자를 자신의 집에 감금한 채, 50여 명의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500여만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각종 매체를 통해 사건이 보도된 이후, 가해자는 Y대 영문학과 휴학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학교와 영문학과 측은 사건에 대해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같은 대학 인문학부에 재학 중인 K양은 “그런 사건이 있는지 조차 몰랐다”며 해당 사건이 학내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국대와 세종대도 올해 성 문제와 관련해 몸살을 앓았다. 건국대 학생 2명이 사전에 모의해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피해여성에 의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피해여성은 가해자 중 한 명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고소 취하 시, 합의되지 않은 공범에 대한 고소도 자동으로 취하되는 현행법으로 인해 불이익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종대에서는 지난 겨울 실시한 신입생 환영회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프로그램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행사를 주최한 총학생회 측에서는 공식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의료 교육에 윤리는 뒷전?
지난 5월에는 고려대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의과대학 MT에서 본과 4학년 남학생 3명이 만취상태인 여학생의 나체사진을 촬영하고 성추행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고려대 측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같은 강의실에서 시험을 치르게 하고 사건 발생 후 3개월이 지나도록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또한 의과대학의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다시 돌아올 친구들이니 잘 해줘야 한다”라며 가해학생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가해학생들은 지난 9월 출교처분 됐으며 형사재판을 통해 실형이 확정됐다. 죄질이 나쁜 한 명에 대해서 법원은 이례적으로 검사의 구형보다 더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가해학생들은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A대 의예과에 재학 중인 L군은 “같은 의학도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다”라며 가해 학생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의사는 직접적으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이 요구되지만, 의대 입학과정에는 개인의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라며 제도적 차원에서의 예방책 마련이 빈약함을 지적했다.

한편 현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외부언론과 접촉을 자제하는 등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교수-학생 간 성범죄도 빈번
지난달 22일에는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영남대 교수 2명이 해임됐다. 또한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한국외대 등 대부분의 대학에서 성추행 사건으로 교수를 해임하거나 학생들로부터 해임요구를 받았을 정도로 교수-학생 간 성범죄는 대학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대학에서도 2003년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가해자인 국어국문학과 모 교수가 해임된 적이 있다.

학생상담센터 조혜정 팀장은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에 대해 “권위를 남용해서 성적인 행동을 강요하거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불이익을 주는 ‘조건형 성희롱’과 성적인 농담 등으로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학습이나 업무에 적대적 환경을 만드는 ‘환경형 성희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희롱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교육과 실제 권력관계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의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인 대안에 대해 “가부장적인 사고방식과 문화에 대한 자각을 통해 양성이 평등한 인권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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