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여론

얼마 전 한국 시리즈가 삼성의 우승으로 끝났다. 야신이라고 불리는 김성근 전 SK 감독의 중도 사퇴라는 야구팬으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음에도 올해 한국시리즈는 매진행렬에 표조차 구하기 쉽지 않았다. 이처럼 수량이 한정된 야구장 티켓은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아마도 임직원과 관련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고, 야구장에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마음에 드는 팬들에게 표를 우선적으로 배당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희소가치를 지닌 재화의 배분에 관해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현재 KBO는 인터넷 예매를 통해 선착순으로 표를 배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암표 등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표를 미처 구하지 못해 야구장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조차도 인정하는 합리적 차별에 해당한다.

서울시립대학교는 서울의 대학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대학에 입학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우리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립대학교라는 공공재 이용 순위를 정하는데는 어떤 방식이 합리적 일까?

입학처는 수학능력시험 등 입시전형을 통해 우리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우선적인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와 같이 입학시험을 통한 학생 선발은 우리대학에 들어 올 수 없는 학생에 대한 합리적 차별이다. (물론 본인은 한국시리즈 야구장 티켓을 예매하는 방식과 같이 선착순이 가장 합리적이라 믿는다.)

합리적 차별을 전제 할 때 비로소 서울 시민의 세금을 우리대학교에 투입하는 것에 정당성이 생긴다. 만약 총장님과 우리대학 임직원에게 우리대학 입학 우선자격을 부여한다든지 우리대학 학생이 마음대로 자신의 후배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을 선택한다면 서울시립대학교에 서울시민의 세금이 투입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비합리적인 차별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 소속의 초등학교 교감 비서는 1년에 1300만원 가량의 연봉을 받는다. 서울시 소속의 기관에서는 일년에 1300만원 가량의 연봉을 지급하는데, 서울시 소속의 다른 기관의 등록금은 그 연봉의 1/3이 넘는다면 이 직종에 있는 사람에게 서울시립대학교의 등록금은 감당 할 수 있는 수준인가? 그리고 이 사람이 우리대학에 들어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을 때, 자신의 연봉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 입학을 포기 한다면 이 사람의 주민세와 특별소비세가 서울시립대학교의 재정 지원에 귀속되는 것은 옳은가? 그리고 이는 합리적 차별에 해당하는가?

아마도 이와 같은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교양 있는 현대 서울 말씨를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대학의 등록금은 평균적인 서울 시민의 소득수준에 맞추어 책정하는 것이 아닌 서민 계층의 소득수준에 맞추어 책정돼야 한다. 이들을 애초에 배제하고 책정한 공공재에 대한 요금이 입학의 진입장벽으로 존재하는 한 이들의 세금이 서울시립대학교에 지원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대학 반값 등록금에 찬성한다.

이희완(세무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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