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외교통상부에 특채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장관이 사임을 표한 바 있다. 이 일은 ‘현대판 음서제’라고도 불리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최근 한 연구결과에서 우리나라 구직자들의 인맥 의존도가 60% 가량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직자들의 절반 이상이 일명 ‘빽’으로 취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취직시 과반수가 인맥활용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구직에서의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 추정’*에 따르면 구직자가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5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인터넷을 통해 구직을 했다는 응답이 17.66%로 뒤를 이었고, 매체광고를 통해 구직을 했다는 응답이 11.75%였다. 그 외에 학교나 학원의 알선, 직접탐문 등의 방법으로 취업했다는 응답도 소수 있었다.

어떤 인맥을 통해 구직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전체응답자의 36.94%가 친구나 친지에게 일자리를 알선 받았다고 답해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업무상 지인과 희망직장 지인을 통한 알선이 각각 7.91%와 7.79%로 비슷했다. 그리고 가족을 통한 구직방법이 2.16%로 나타났고, 교수나 교사를 통한 알선은 1.6%로 가장 낮았다.

구직의 인맥 의존도는 기업규모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 30인 이내의 소형기업에서는 채용인원의 70%를 소개나 추천을 통해 인원을 충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기업 인사제도가 공정할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종업원 5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도 소개나 추천을 통해 과반수에 가까운 47%의 인원을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자의 경력여부에 따라서도 구직 시 인맥의존도가 달라진다. 생애 첫 취업자의 경우 39.9%의 의존도를, 경력직 취업자의 경우 60.1%의 의존도를 보였다. 한편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이 취업 시 인맥의존도가 높았다.

고용중계산업·신뢰도·산업기반의 문제
KDI는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해 미약한 고용중개산업의 규모와 사회 전반의 신뢰부족, 그리고 산업기반의 영세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특히 고용중개산업의 규모를 측정할 때 공공고용서비스(PES)지출을 지표로서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OECD국가들의 PES평균지출이 GDP대비 0.16%인 것을 생각했을 때, GDP대비 0.02%인 우리나라는 사회적 인프라가 매우 약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높은 경조사비용 지출과 학연으로 인한 대학서열화, 그리고 지역 연고주의 등은 사회전반의 신뢰부족에서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일수록 인맥의존도 낮아
한편 경제선진국의 경우 인적 네트워크에 의한 구직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01년 ISSP(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의 조사에서 GDP와 인맥에 의한 구직률의 음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이는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구직활동에서 인맥의 의존도가 낮아지는 것을 시사한다.

구직자들의 인맥활용에 대해 취업준비생 C씨는 “취업준비생들의 조건들이 모두 비슷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취업시 인맥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지원자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이 보고서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취업자 6,16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것이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생애 첫 취업자는 1,097명, 경력직 취업자는 5,06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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