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A군은 지난 10일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치렀다. 가채점 결과, A군은 외국어영역에서 배점이 3점인 문제 하나를 틀려 97점을 맞았다. 하지만 서울소재 명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A군은 재수를 할 생각이다. 외국어영역 만점자가 약 3%가량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위 4%에 해당하는 수험생만이 1등급을 받을 수 있기에 한 문제를 틀린 A군의 성적으로는 외국어영역 1등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점자 1% 공언에 실망뿐인 수험생들

지난 10일 이흥수(전남대) 수능 출제위원장은 “각 영역별 만점자는 1% 내외가 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만점자 1% 원칙’은 매 수능 때마다 강조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주요 정책이다. 올해만 해도 교과부 측은 “만점자가 1% 내외가 되도록 난이도를 쉽게 출제 하겠다”고 수차례 발표했다.

하지만 막상 올해 수능 만점자 추정치를 보면 영역별 편차가 극심하다. 대형 입시학원인 메가스터디와 이투스에서 내놓은 2012학년도 수능 만점자 추정치를 살펴보면, 외국어 영역에 대해서는 각각 3.06%와 1.7%를 예측했다. 이는 평균 약 2.4%로 교과부가 공언한 1%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메가스터디와 이투스, 진학사 모두 외국어 영역 1등급 컷을 98점으로 예상하고 있어 만점자는 1%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언어영역은 메가스터디가 0.3%, 이투스가 0.25%로 예상하고 있다. 언어영역의 경우에는 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교과부의 난이도 조절 실패는 매년 반복돼온 문제다. 올해 수능을 치룬 수험생 이나현(20)씨는 “난이도 조절에 지나치게 연연하다보니 오히려 사교육만 팽창하는 결과를 낳아 교육이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이다”라고 비판했다. 매년 반복되는 교과부의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해 “차라리 출제위원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 속에서 이흥수 출제위원장은 “다음 수능에도 만점자 1% 기준이 지속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교육방송 교재 오류까지

교과부가 수능문제의 70% 이상을 EBS 교재와 연계하겠다고 공언하는 가운데, EBS 교재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오답이 정답으로 표기됐거나, 정답이 중복문항으로 출제되는 등 오류가 심각하다. 지난 9월 25일 기준으로 집계된 EBS 교재 오류건수는 총 547건이다. 책 한 권당 9.11건의 오류가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오류발생건수가 급증해 교재 제작 및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06년과 2009년 사이에는 연평균 62건의 오류가 발생했지만, 2010년에는 561건, 올해는 547건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수능을 치룬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L군은 “EBS 교재와 연계율이 높아 수험생은 이를 믿고 공부하는데, 오류 건수가 수백건이라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언어영역 교재의 지문을 읽다보면 문법적 오류를 가진 문장도 자주 접했다”며 공부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EBS 측은 4억 원 이상을 추가로 들여 정오표 책자 92만 5000부를 제작·배부했으나 ‘사후약방문’식 대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지난 18일, 19일 이틀에 걸쳐 우리대학에서 ‘전국고교우수인재전형’ 논술고사가 실시됐다. 사진은 18일 당시 논술고사를 치르기 위해 준비중인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

교사도 ‘당황’하는 수시 계획

대학 또한 잦은 입시정책 변동으로 수험생과 일선교사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홍익대 미대는 2010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단계적으로 실기 시험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수능 성적 및 학생부 성적과 미술 관련 대외 활동에 비중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행 1년 후가 지난 현재, 홍익대 학생들은 이러한 학교 측의 방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홍익대 미대에 재학 중인 A(23)씨는 “미대생이 기본적인 기술이 없어 미술학원에 다니기도 한다”며 학교의 신입생 선발 방침을 비판했다.

지난 10일 열린 학장회의에서 서울대는 음대와 미대 신입생을 수시 전형으로만 100% 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기간에 이뤄지는 정시보다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수시가 예술계열 신입생 선발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 의견도 적지 않다. 고양예술고 김기혁 입시부장은 “예술계열 고등학교에서의 일반 교과 수업을 여지없이 붕괴시키는 매우 우매한 선발 계획임을 확신한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너무나도 다양한 전형 유형으로 인해 이미 입시 정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보의 양이 방대해 개인으로서도, 학교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라며 입시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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