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가족, 친구끼리 힘들거나 지칠 때 안아주는 것은 서로에게 작은 위안이 된다. 따뜻한 체온이 서로에게 전달돼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달콤한 키스’라는 말이 있듯이 사랑하는 연인과의 키스 또한 좋은 기분을 자아낸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의 스킨십이 좋은 감정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스킨십이 서로의 촉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촉각을 자극하는 스킨십

인간의 오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은 무엇일까?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가장 원초적이고 중요한 감각은 촉각이라고 한다. 그들은 시각, 청각, 미각, 후각은 진화론적으로 피부에서 발달했다고 본다. 특히 유아기 때 아기가 경험하는 부모와의 피부 접촉은 아이의 감각이나 지능,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엄마 뱃속에서 아기가 자랄 때 피부와 뇌는 같은 외배엽에서 발달하기 때문이다. 피부와 피부의 접촉에 의한 감정의 교류를 뜻하는 스킨십이라는 말도 본래 혈족관계를 뜻하는 육아 용어 킨십(kinship)에서 파생됐다.

해리할로의 실험-스킨십의 중요성 발견

스킨십의 기능과 효과는 1950년대 후반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할로’에 의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해리할로는 인간의 유전자와 94%이상 일치한다는 붉은털 원숭이를 실험에 이용해 인간의 애착 심리와 촉각 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해리할로는 철사를 이용해 가짜 어미를 두 마리 만들었다. 한 가짜 어미는 우유가 나오지만 몸통은 차갑고 딱딱한 철사로 만들어졌고 다른 가짜 어미는 우유는 나오지 않지만 철사로 이뤄진 몸통에 천을 덮어 부드럽게 느껴지도록 했다. 그리고 갓 태어난 붉은털 원숭이 새끼들을 골라 두 마리의 가짜 어미와 함께 우리 안에 집어넣었다. 실험 초기에는 친어미를 잃은 새끼 원숭이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비명을 질러대고 설사를 해서 실험실은 소음과 악취로 가득했다. 그러나 실험이 시작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새끼 원숭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친어미 대신 수건으로 덮여있는 가짜 어미에게 애착을 보였다. 새끼 원숭이들은 하루 종일 천을 두른 가짜 어미에게 매달려 가짜 어미의 배 위로 기어 다니고, 작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살짝 깨물곤 했다. 다만 천을 두른 가짜 어미에게는 먹이가 없었기 때문에 배가 고플 때에는 잠시 철사로 만들어진 딱딱한 가짜 어미에게 가서 배를 채웠다. 해리할로는 이 실험을 발전시켜 천을 두른 가짜 어미에게 새끼 원숭이가 다가오면 뾰족한 것으로 새끼들을 찌르거나 찬 물을 새끼들에게 퍼붓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새끼들은 어떤 고문을 당해도 천을 두른 가짜 어미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이 실험을 통해 해리할로는 촉감이 주는 편안함이 애착의 중요한 기본 변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해리할로의 실험 결과는 스킨십 과학과 관련된 후속 연구들의 토대가 됐으며 실제로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유아 간호 요법이 고안될 수 있었다.


캥거루 케어-엄마 품으로 아기를 살려

1970년대 후반, 미국에는 미숙한 신생아를 치료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고 병원 내 감염율도 높아 신생아들의 사망률이 높은 실정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숙아들을 어머니의 가슴과 배에 품도록 해 신생아와 부모를 조기 퇴원시키는 캥거루 케어가 고안됐다. 이 간호 요법은 캥거루가 새끼를 그들의 배 주머니에 넣어 키우는 것과 닮았다고 해서 캥거루 케어라고 불리게 됐다. 놀랍게도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들은 울거나 보채지 않았고 규칙적인 수면시간이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미숙아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검사나 수술 후에도 캥거루 케어를 받은 아기들은 다른 아기들보다 빨리 안정감을 찾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캥거루 케어는 모유 수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캥거루 케어를 시행한 어머니는 아기와의 피부접촉을 통해 미숙아 분만과 입원에 대한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감소해 모유량이 늘었기 때문이다.캥거루 케어가 아기를 안정시키는 원리는 어머니의 체온과 심박 수가 아기에게 전달되는 데에 있다. 아기가 어머니의 가슴에 올려지면 순간적으로 어머니의 체온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점차 온도가 하강하면서 아기가 따뜻함을 유지 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로 맞춰진다. 아기의 온도가 2도 이상 바뀔 때마다 반응하는 기계와 달리 어머니의 가슴은 아기의 상태에 따라 수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스킨십의 기적

출산 직후 아기가 숨을 쉬지 않아 사망선고를 한 후 아기를 어머니의 가슴에 올려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던 찰나 아기가 꿈틀거리며 살아난 기적적인 사례가 있다. 숨이 끊어진 아기가 어머니와의 스킨십을 통해 다시 살아난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조산아로 태어난 쌍둥이 자매가 각각 다른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가 있을 때에는 둘 다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보채다가 한 인큐베이터에 같이 넣어 주자 빠른 속도로 안정과 생기를 되찾게 됐다고 한다.


스킨십

스킨십은 아직 그 원리나 뇌로의 전달 과정이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촉각은 다른 감각보다 압력, 온도, 진동 등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훨씬 방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사례와 연구결과들을 통해서 스킨십의 역할이 인간의 애착심리뿐만 아니라 생명에 있어 아주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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