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의 소리

요즘 어린 청년, 학생들의 죽음에 관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학업, 취업난, 비싼 등록금, 생활고, 치열한 경쟁, 우울증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슬픈 이유들로 인해, 아까운 청춘들이 자의 혹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하고 있다. 소중한 꿈을 키우고 자기계발에 매진해야 할 나이에 너무나도 현실적인 벽 앞에서 좌절하고 급기야 죽음으로 내몰리는 청춘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물론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가 서 있는 대학 또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때로는 그 잔인함의 원인 또는 중요한 매개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우리대학의 한 학생이 한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사건은 이러한 사실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계기들 속에서, 오늘도 대학을 둘러싼 곳곳에서 감수성 예민한 청년, 학생들이 절망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시가 우리대학에 대해 추진하는 ‘반값 등록금’이 젊은 그들에게 작은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가기를 기대해본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신들의 소중한 희망을 접어야 했던 그들에게, 우리 사회가 그들의 아픔을 함께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서울시의 이러한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냉혹한 현실에서 온정주의적 (paternalistic) 접근이 가질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라 생각된다. 물론 그러한 지적에는 타당한 측면도 있고,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수용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청년의 미래가 곧 우리 사회의 미래이며 대학은 그러한 청년들의 열정과 감수성이 꽃피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 그리고 교육은 어떤 경제활동보다도 많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갖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문제는 그 청년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수한 학생들이 더 많이 몰려와서 머지않아 우리대학이 소위 ‘명문대’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우리대학의 입시에 대한 높은 관심에서 이것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이 진정으로 존경받는 명문대가 되는 길은, 젊은 청춘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의 질서에 편승해서 우리 몸값을 조금 더 높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여 어려운 청년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고 그들의 꿈들이 사회에서 꽃 피울 때 그것은 가능해질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회에서 우리대학은 ‘사람을 세우는 대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과감한 실험을 하고 있다. 자본과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한 사람을 바로 세우는 대학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능력을 맘껏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청년들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데서 시작될 것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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