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미국 아마존 사회과학 분야 1위를 차지한 루비 폐인의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아는가. 이 책에서 저자는 교육이 가지는 ‘계층이동의 사다리’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 소득의 격차가 교육의 격차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소외계층이 양질의 교육을 받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계층이동의 사다리로서 교육이 가지는 기능이 무색해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런 현실에서 공교육에서 소외돼 있는 아이들,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등의 소외계층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교육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 비영리교육봉사단체가 있다. 바로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하 ‘배나사’)이다.

‘배나사’는 한 사람의 결심과 20여 명의 관심으로 시작됐다. ‘배나사’ 대표 이준석(26)씨는 하버드대 졸업을 앞두고 ‘그동안 우리가 배운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서울과학고등학교 동문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이중 20여 명이 관심을 보였고, 2007년 5월 서울과학고등학교 동문 위주로 ‘배나사’는 시작됐다. 이렇게 2007년 용산에서 시작된 이래 ‘배나사’는 단 한 번의 중단 없이, 현재 수도권과 대전에 총 7개의 교육장을 두고 배움을 나눠주고 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대학생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좋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 운영, 연구분과로 조직됐으며 독특한 자체시스템으로 효율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수업을 진행하는 정교사와 학생 개개인의 학습을 돕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부교사를 둬 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과 효율적인 반 관리를 도모했다. 독특한 점은 자체 제작된 교재와 문제지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배나사 학생인 권은서(15)양은 “선생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음은 물론이고, 교육시스템이 체계화돼 있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교육봉사단체는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1년 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도태됐다. 다른 단체와 다르게 ‘배나사’가 지속적으로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분과장 정준(서울대 4)씨는 기대치를 낮추지 않는 교육 원칙을 그 비결로 꼽았다. 사실 공교육에 소외가 된 학생들은 대부분 상처가 있다. 정준 씨는 “사고만 안 치면 된다, 이런 것까지는 몰라도 된다는 등의 말을 듣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중학생들은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며 “10점을 맞는 학생이든 90점을 맞는 학생이든 기대치를 높여서 가르친다”고 말했다. 기초가 안 되는 학생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준다.

하지만 ‘배나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더 큰 배움의 전파를 위해 노력중이다. 정준 씨는 “아직도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배우고 싶어도 교육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많다”며 “앞으로 체계를 더욱 안정시키고 교육장을 확장해 더 많은 지부와 통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타 지역에서 ‘배나사’와 같은 단체를 만드려는 사람들이 있으면 얼마든지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른 건 나눠주면 없어질지 몰라도 가르치고 배우는 건 나눠도 없어지지 않는다. 2008년에 처음 교육 수혜를 받았던 학생들이 내년에 대학생이 됐을 때 ‘배나사’에 돌아와 받은 배움을 나누는 배움의 선순환 구조가 목표이다”라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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