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11학년도 졸업앨범이 졸속 제작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앨범과 관련한 불만 글들이 폭주했고 총학생회가 당시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 위원장, 부위원장과 앨범 제작 업체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 사건은 졸업앨범이 재제작되는 것으로 결정되고 이후 당시 졸준위 부위원장이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외부감시 미흡, 학생들도 잘 몰라
졸준위 사태가 발생한 것은 외부의 감시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졸준위는 총학생회와 같은 지위를 갖는 학생자치기구이다. 따라서 예산집행이나 업무추진에 있어서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물론 정기 대의원 회의를 통해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학생자치기구 전체에 대해 분기별 정기감사를 실시하고 커뮤니티 사이트에 감사결과를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의 구속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졸준위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문제다. 졸준위의 경우 졸업 학년이 아닌 학생이라면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졸준위의 역할에 대해서도 명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김다혜(세무 11)씨는 “직접 활동하는 것을 접한 적은 없다. 졸준위니까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졸준위는 과거 회원명부, 업체와의 계약서, 앨범 단가 등 기본적인 기록조차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 졸준위 위원장의 학과 세습, 이전 졸준위와의 소통 부족 등도 문제로 드러났다. 송승흔(전전컴 06) 24대 졸준위 위원장은 “이전 졸준위에서는 기록을 안해서 전달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졸준위 개선 필수적
이번 사건으로 인해 졸준위에 대한 학생들의 비난이 일고 기성신문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는 등 대외적인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그러자 급기야 학교 내에서는 학생자치기구인 졸준위의 존폐 여부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김종민(국사 04) 전 총학생회장은 “무관심 속에서 운영되는 자치기구는 의미가 없다. 어차피 졸업앨범만 만드는 것이라면 학교나 총동창회에서 맡아도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경원(환경공학 05) 총학생회장은 “자치기구는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졸준위를 졸업앨범만 만드는 것이 아닌 취업강좌 등 졸업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는 기구로 개선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학교에서도 이번 졸업앨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논의중이다. 학생과의 안용휘 씨는 “이번 사건은 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계약 과정을 총동창회에 맡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졸준위 위원장을 맡은 송승흔 씨는 어깨가 무겁다. 최근 졸준위에 쏟아지는 비난뿐만 아니라 이전 졸준위가 완결하지 못한 일들을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빠서 수업을 못들을 정도예요”
졸준위의 구조상 이전 년도에 있었던 문제라도 해가 바뀌면 다음 졸준위가 그 문제를 해결하게 돼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작년에 잘못 만들어진 졸업앨범에 대해 2012 졸준위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송승흔 졸준위 위원장은 “2011년도 졸업앨범 사건 등 몇몇 선배들이 일을 잘못한 것은 확실하다. 아직까지 완결되지 않은 일들을 차근히 처리하는 중이다”라고 하며, 이때까지 발생했던 졸준위 관련 문제들에 수긍했다.
졸준위 위원장 세습 문제에 대해 묻자 “나도 관심이 없었는데 선배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학생들이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고,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졸준위에서는 이번 학기 초부터 졸준위 위원을 모집했는데 아직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학생들의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김한나(사회복지 10)씨는 “학생들이 졸준위를 잘 모를 뿐더러 최근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들어가기를 꺼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졸준위, 다양한 활동 모색중
학생들이 학생자치기구에 관심이 없는 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학생들이 졸준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만든 데에는 졸준위의 책임이 크다. 따라서 이런 학생들 개개인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졸준위의 자체적인 노력과 홍보가 필요하다. 현재 졸준위는 졸업앨범제작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도 시도해 활로를 모색중이다. 송승흔 졸준위 위원장은 “현재 청량리 근처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 총동창회와 연계해 졸업생들과 예비 졸업생들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해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졸준위가 처음 만들어진 시기의 역할은 지금보다 광범위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종민 씨는 “과거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시절 학생들이 사회에 대해 연구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곳이 졸준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취업 등에 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경로도 다양해지면서 졸준위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졸업앨범 제작으로 축소됐다.

학생들의 실질적 참여가 필요해
2011년도 졸업앨범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표지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이는 졸준위의 공모를 통해 선발된 것이었는데 당시 단 한 명만이 참가해서 당선됐다. 미흡한 작품을 그대로 당선시킨 졸준위와 제작업체의 문제도 있지만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 점도 아쉬웠다. 올해는 졸준위에서 디자인, 겉표지 등에 대해 학생들의 길거리 투표를 받을 예정이다. 송승흔 졸준위 위원장은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앨범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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